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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참 좋아
  글쓴이 : 박희경     날짜 : 2008-08-18 15:55     조회 : 10106    

섬에서 내아이 키우기(21)ㅣ박희경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남편은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 상대가 되어 준다. 말 태워주기, 바둑알 치기, 퍼즐 맞추기, 레고, 블록 만들기, 산책하기, 업고 달리기 등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놀아주지만 에너자이저 아이들의 요구는 끝이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놀이 친구가 되어주려고 애쓰는 남편의 모습이 보기 좋다.

어제는 남편이 예전에 섬겼던 교회 청년부 수련회에 설교하러 나갔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곳은 낮에도 그렇지만 밤이 되면 무인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조용하여 조금 무서울 때가 있다. 그래서 보통은 남편이 집을 비우게 되는 일이 있으면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집에 있기로 했다.

아이들은 오전에 물놀이도 하고, 오후에 최 집사님 손녀가 놀러 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잠자리에 들 무렵 아빠 생각이 났던지 서윤이는 "엄마, 아빠 언제 와?" "아빠 보고 싶다." 재윤이는 "아빠가 없으니까 무섭고 잠이 잘 안와."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장기알 치기 게임으로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잠자리에 들어 재윤이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엄마, 아빠가 참 좋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들은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언제 오느냐고, 왜 빨리 안 오느냐고 성화를 부렸다. 결국 오전 객선을 타고 아이들과 함께 대천으로 나갔다. 아빠를 만나자마자 서윤이는 "아빠, 밤에 지네 나왔어. 지네!" "그래? 그래서?" "어. 근데 엄마가 잡았는데 내가 깜짝 놀라서 울었어." 하며 지난밤에 나타났던 지네 이야기부터 늘어놓았다. 재윤이는 아빠가 없어서 무서웠고 잠이 잘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주일 예배 말씀 준비로 바쁜 남편에게 재윤이가 졸라댔다.
"아빠, 심심해. 나랑 같이 놀자. 응? 아빠~"
"아빠가 지금 말씀 준비해야 되거든 그러니까 딱 30분만 놀자. 근데 뭐 할까?"
"응? 바둑알로 치는 거."
"그래? 그럼 오늘은 장기알로 하자!"
아빠와 30분의 장기알 치기 게임으로 재윤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잠자리에 들어 재윤이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엄마, 아빠가 참 좋아."

불과 하룻밤 떨어져 있었는데 아이들은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섬에서 하루종일 아빠와 함께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만들어가는 친밀함은 엄마인 내가 채워 줄 수 없는 또 다른 부분일 것이다. 모쪼록 재윤이 서윤이가 유아기 때 형성된 아빠와의 좋은 기억들을 통해 '우리의 온갖 구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엡 3:20) 참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 또한 깊어져 갔으면 좋겠다.//
- 박희경(한국섬선교회 ▼)






  이경만
이 코멘트에 대하여...   08-08-30 15:11 
참 감명깊게 글을 읽었습니다. 섬에서 아이들 교육이 쉽지않는데 진짜로 살아있는 교육을 하네요...나중에 이 아이들이 세상을 지배할 것입니다. 자연을 다스리고 자연속에서 삶을 배운 아이들이 세상속에서도 승리하면서 성공적으로 잘 살것입니다.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보다 더 귀한 교육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1979년 여름에 원산도를 지나 장고도라는 섬에 전도하러 갔는데...그 때는 교회가 없었습니다. 혹시 장고도라는 섬과 가깝습니까? 지금은 장고도에 교회가  있나요?http://cafe.daum.net/jodomd
     
  노태성
이 코멘트에 대하여...   08-08-30 17:54 
아직 많이 부족한데 과찬이십니다. 감사드립니다!
질문하신 것에 답을 드리면 장고도는 객선을 타고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는데 제가 있는 육도에서 꽤 멀리 있습니다. 객선 항로가 달라 장고도는 대천 항에서 대략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장고도 감리교회'가 세워져 있습니다. 언제 세워졌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같은 오천면 호도에서도 목회하셨고 섬목회만  30여 년 가까이 하신 여자 목사님께서 담임목사님으로 섬기시고 계십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제게 전화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041-934-4474)
  이경만
이 코멘트에 대하여...   08-08-30 22:01 
즉시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지 저는 장고도라는 섬 이름이 그리워서 질문을 해 본것입니다.
그 당시 저는 혼자서 전도여행을 갔는데...전경들에게 간첩으로 오인을 받아 검사도 받고, 충남대 생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나와서 함께 밤을 세워 가면서 대화도 나누고, 당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 하고 하룻밤을 지세우며 신앙의 토론들을 하면서 한 주간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의 그 기억들이 저로 하여금 섬에서 목회를 하도록 하는 배경이 되었나 봄니다.
  이상미
이 코멘트에 대하여...   08-09-19 16:36 
사모님~! 너무 은혜받습니다. 재윤이와 서윤이와 아빠 사이에 주고 받는 친밀감! 아빠와의 기억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 또한 더 없이 깊어질 그 아이들의 모습이 갈수록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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