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내아이 키우기(30)ㅣ박희경
		2004년 10월 육도에 도착했을 때 첫 느낌은 조금 실망이었다. 푸른 바다와 모래해변 그리고 초록빛 나무들로 낭만이 가득한 풍경을 기대했지만, 마을주변은 냄새나는 액젓용 고무통과 곳곳에 쌓여있는 통발로 어수선했다. 게다가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섬들로 인해 동해바다와 달리 왠지 모르게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언덕 위에 하얀 집처럼 예쁘고 아담한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고 창문 밖으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 풍경이 참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며칠 지나면서 우리는 이곳 생활에 금방 적응하였고, 어느새 4년 2개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이곳에 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목사님, 사모님은 복 받았어유~" 였다. 이곳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2001년 말이고, 수도는 2005년 1월이었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던 이곳에서 7년 가까이 지냈던 전임 사역자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편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었으니 그런 소리를 들을 만도 했다. 그래서 인지 지금까지 '이곳에서 언제 나가나?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고, 오히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더 많다.
	여느 아이들처럼 뛰고 놀며 자라던 우리 집 아이들의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쓰게 된 것은 저에게는 행복이었습니다. 사소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데도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이름 뜻처럼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하나님의 자녀로 자라가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 지네와 씨름하며 밤잠을 설쳤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한동안 안 보이면 궁금한 마음이 들게 된 것, 좁은 화장실이지만 집 안에 있음으로 밤에도 맘 편히 볼일을 볼 수 있었던 것, 종종 수도가 고장이 나 빗물을 받아 세수하고 설거지하며 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던 것, 객선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다보니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는 훈련이 된 것, 잠시 육지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객선이 운항하지 않아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하여 찜질방에서 보낸 것, 눈보라 치는 겨울 날 '성령3호'(김종남 성도님 배)를 타고 거센 파도를 헤치고 두려움에 떨며 선창에 도착했을 때 살아있음에 감사했던 기억, 가끔씩 대천에 나가 일주일 먹을 식재료와 약수를 길어오며 느꼈던 뿌듯함, 조개․굴․고막․우럭․놀래미․아나고 등 싱싱한 해산물을 통해 누린 하나님의 부요함, 물때에 따라 변하는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동해바다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재미를 맛보며 알게 된 공평하신 하나님, 재윤이와 서윤이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놀며 마을 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게 된 것, 재윤이가 통학선을 타고 유치원을 다니며 홀로서기 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육도에서 태어난 서윤이가 어느새 부쩍 자라 매일 심심하다고 칭얼대던 형의 좋은 놀이 상대가 되어 주며 하나보다 둘이 나음을 알게 된 것, 원산도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피아노 교실 강사로 일하며 '섬마을 음악 선생님의 꿈'을 잠시나마 이룰 수 있었던 것, 한국섬선교회를 통하여 맺어진 관계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으며 동역하는 기쁨을 알게 된 것, 자식 같이 어린 목회자를 섬겨주시고 사랑해주신 성도님들 덕분에 목회가 힘든 줄 모르고 지내온 것 등 세어 보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사실 이곳에 올 때 섬 목회를 작정하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떠나리라 계획하고 들어온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기로 다짐했었다. 그동안 우리의 수고는 참으로 작은 것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채우셨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사역의 현장으로 길을 여셨다. 우리의 떠남으로 인해 성도님들과 마을 분들의 마음에 남겨질 허전함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바다를 지으신 하나님께서 그 분들의 허전함을 새로운 사역자를 통하여 또 다른 모습으로 풍성하게 채우시리라 믿으며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길을 향하여 담대히 나아가고자 한다. ------------------------------------- 그동안 사랑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뛰고 놀며 자라던 우리 집 아이들의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쓰게 된 것은 저에게는 행복이었습니다. 사소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데도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섬이 아닌 육지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게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재윤이와 서윤이가 하나님 만드신 바다를 통하여 느끼고 배운 모든 것들이 밑거름 되어서 어디를 가든지 예수님 안에 뿌리를 깊이 내리며 자라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들의 이름 뜻처럼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하나님의 자녀로 자라가도록 잘 키우겠습니다. 내내 평안하십시오.// - 박희경(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