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정약전 , 이청 지음/ 정명현 옮김/ 서해문집 본 서는 흑산도의 별칭인 자산 근해에 서식하는 어류를 비롯해 해조류까지, 거의 모든 해양생물(표제어로 명기한 종만 총 226종)을 담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수산학ㆍ해양생물학 백과사전이다. 저자 정약전은 정약용의 형으로 신유사옥으로 신지도, 흑산도로 유배되었다가 우이도에서 59세의 나이로 일생을 마쳤다. 또 다른 저자는 이청으로 정약전의 초고인 '자산어보'에 문헌 고증 및 일부 어종을 추가하여 공동 저자로서 인정되었다. 그는 놀랍게도 70세까지 과거에 응시했다고 한다. 자산어보의 특성은 첫째, 수산학 및 해양생물학의 새로운 분류 방식을 창안했으며, 둘째, 체계적 분류를 위해 이름 없는 생물이나 기존 이름을 수정하는 이른바 작명인 창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셋째, 흑산도 근해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명칭, 크기, 형태, 생태, 맛, 어획방법, 이용법 등 수산학 정보를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정리했다. 넷째, 자산어보는 경험지식과 문헌 지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본 서가 '병을 치료하고, 쓰임을 이롭게 하며, 재물을 잘 관리하는 여러 전문가에게 진실로 바탕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며'라고 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또한 시인들이 좋은 표현을 위해 널리 의지할 때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제공해 줄 정도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접어인 넙치, 속명 광어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우리나라를 '접역？域'이라 한다. 이 말로 볼때 접어는 동방의 물고기다라고 썼다. 광어나 가자미 등 접어류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한 때 우리나라를 이르던 말이고 한다. 흥미로웠다. 이것은 무엇에 대한 표현일까? '크기는 밤만하고 껍데기는 조개와 비슷하며 둥글다. 색은 희고 세로무늬가 나란히 늘어서서 기와지붕처럼 골을 이룬다. 두 대의 반쪽 껍데기가 들쑥날쑥 엇갈려 서로 맞물려 있다. 고깃살은 누렇고 맛이 달다.' 꼬막에 대한 표현이다. 생생한 모습이 선하고 비유가 그럴 듯하다. 또한 역자의 전문성이 돋보였다. 해설을 통해 역자는 첫째, '자산어보'가 공동 저술임을 밝혔다. 특히 청안(田靑 案)을 '살피건대', '생각컨대', '살펴보면' 등으로 옮기거나 생략했는데, '자산어보'를 쓰기 시작한 사람은 정약전이 분명하지만 오늘날 확인되는 형태로 저술을 마무리한 사람은 이청이다. 둘째, '자산어보'인가 '현산어보'인가에 대해 '자산어보'라고 논리적으로 분명히 밝혔다. 셋째 '자산어보'는 정본화가 필수라는 논지를 펼쳤다. 모두 공감하는 바이고 논 서가 다른 도서에 비해 그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였다. 본 서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수산학ㆍ해양생물학 백과사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양생물 지식을 학문으로 태동시킨 것으로의 의미에 더하여 저자의 정신이 더욱 빛난다고 생각하며, 후대인으로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좋은 책과 좋은 번역, 훌륭한 해제의 삼위일체를 담은 본 서를 필독서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