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90)ㅣ이정심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서 새 풀이 돋아나고 있다. 교회입구 텃밭에 심어 놓았던 쪽파도 죽은 듯 너부러져 있더니 어느 사이에 새로 돋아나 기운을 차리고 있다.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파를 보노라니 힘이 솟는다. "파가 이렇게 새로 돋아났어요." "우리 밑거름 할 때 살짝 뿌렸어라-" 김애진 할머니는 교회 들어오는 길을 사이에 두고 아래쪽 텃밭을 손수 일구면서 위쪽 교회텃밭도 함께 거들어 주신다. 밭 위에 자라난 배추를 보면서 말씀하신다. "요새 배추는 금새 쪽 나서 못 먹어라." "보드라울 때 노물 해 드시오."
	언 땅이 녹아 새 풀이 돋아나고, 어린 냉이 순이 고개를 내밀었다. 죽은 듯 있던 쪽파도 파릇파릇해졌고, 교회 텃밭의 배추는 나물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자랐다. 봄이 더 가까이 오고 있다.	따사한 햇볕이 드리운 오후가 되어서 넓게 퍼진 배추를 뽑기 시작했다. 봄비를 흡족히 받은 후라서 쏙쏙 잘도 뽑혔다. 아직 순이 어린 냉이도 몇 개 뽑아두었다. 산에 나무를 가지러 가신다며 지나시던 김종단 성도님은 파도 지금 솎아서 해먹어야 한다면서 갓 자라난 파를 성큼성큼 솎으셨다. 아직 어려서 더 둔다고 했던 것을 막무가내 뽑으시는 성품에 함박웃음이 절로 나와 함께 웃었다. "저- 사람이 있어야 동네가 사람 사는 것 같아라."하시며 김애진 할머니는 소일거리가 생겼다면서 뽑아놓은 파를 다듬어 주셨다. 배추를 해 드시라고 드리자 아궁이서 끓인 물에 데쳤다고 반쯤을 다시 가져오셨다. 얼마 전에는 돌김을 하러 바닷가에 갔다가 바위에 옆구리를 다치셨다. 이른 아침에 앞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며 진통제를 얻으러 오셨다. 병원에 나가서 진찰한 결과 갈비뼈에 금이 가서 여러 날을 치료받고 들어오신 터이다. 뭍에서 치료받을 때 건강회복을 하셨는지 전화로 안부를 물었던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일 억금 돈 보다 전화로 안부 물어준 것이 그라고 고맙습디다."하시며 두 손을 꼭 잡으셨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하셔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완쾌되지 않아 조심해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바닷물이 빠지면 모두들 바구니를 들고 바닷가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바구니 대신 가방과 지팡이를 들고 나선다. 자녀들에게 온 전화를 안 받아서 어디 갔느냐고 물으면 산에 나무하러 갔다고 둘러댄다고 하셨다. 올해는 메주를 주먹손 두 개 크기만큼 4개를 만들어 간장 물에 띄어놓았다. 비금에 사는 큰딸이 농사를 지어 콩을 보내줘서 메주를 했다면서 잘 우러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보여주셨다. 약 두 주간을 햇볕에 띄워놓은 후에야 간장과 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리네 기다림의 장을 매년 만들어 드신다. 텃밭을 기경해 놓고 파종할 시기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봄이 더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