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람들(105)ㅣ이정심
		작년 연말 성탄절을 앞두고 죽도에서 가장 연로하셨던 김애진 할머니께서 소천 하셨다. 생전에 교회 앞 텃밭에 심어놓은 당귀가 추운겨울을 견디고 연한 잎사귀를 내밀고 돋아나고 있다. 유난히도 분홍색의 화사함을 좋아하셨고 텃밭 가꾸기를 즐기셨기에 봄의 문턱에 오니 텃밭을 가꾸며 미소 짓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죽도에 사시는 다섯 분의 어르신들 이번 주에는 자식들 만나러 가시고 손자 본다고 나가시고 최선심성도님 한 분 죽도에 남으셨다. 주말에 계속된 풍랑주의보와 2월 하순에 진도 집을 이사하느라고 3주가 넘어서 죽도에 들어왔다. 몇 주 만에 들어와 보니 선창가를 넓히느라고 길을 부수고 큰 돌들을 화물선에 실고 와서 부어놓은 흔적이며 변화가 있었다.
	지금 죽도에는 최선심 할머니 혼자 섬을 지키고 있다. 요즘 한글 공부를 하시겠다고 열심히 연필을 잡고 계시지만 기억력이 신통치 않으시다. 노트 깍두기 칸을 채우기가 벅차신가 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죽도 꽃샘추위가 지난 후의 죽도는 해초며 산천에 초목들이 연초록색으로 물들어가는 시기이다. 마른 잎 속에서 돋아난 연한 새싹이 온통 초록동산으로 바뀔 모습에 마음이 벌써부터 설레 인다. 최성도님댁에 들어서자 밭과 산에서 캐셨다면서 봄내음 물씬 풍긴 달래와 바람통에 바닷가에서 해오셨다며 갓 자란 연한 톳을 건네주셨다. 손끝에서 진하게 전해오는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전기장판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 겨울을 나시는 최성도님께 땔감은 중요한 겨울 필수품이다. 빈집에 쌓인 젖은 땔감을 이틀 동안 가져와서 말리느라고 힘에 부치게 일하셨다면서 오늘은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쉬기로 작정하셨단다. 주일오후에는 한글공부를 한다고 6칸 깍두기노트며 연필과 지우개를 꺼내놓으니 웃으셨다. 목포서 어린 손녀들 가르치러 선생님이 오시면 귀동냥을 해서 들으셨는데 금방 잊어버린다면서 머리를 흔드셨다. 그래도 연필을 잡고 열심히 쓰려고 하시는 모습이 무척 진지하고 적극적이어서 감사하고 흐뭇했다. 한글에서 이응을 쓰는데 구름 빵처럼 이응이 그려지고 숫자는 5자 쓰기가 어려운지 거꾸로 써놓으시곤 연필을 놓곤 하셨다. “내가 오십대만 되았어도 배울 수 있것소” 하시면서. 매주 함께 모여 말씀을 나누고 한글을 익히는 생기 있고 화사한 봄이 되길 기대한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
	작년 연말에 김애진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앞 집에 사셨던 분으로 참 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당분간 이 분 생각에 눈물 흘린 날이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