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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에서 내리자 태풍 메아리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동네로 오르는 길목에는 큼직한 바위 돌들이 길을 가로막고 짝지 모퉁이에는 바다에서 떠밀려온 스티로폼으로 가득하다. 교회 앞 또랑에 누워있는 풀들은 얼마나 급한 물줄기로 흘렀던 흔적을 말하는 듯 했다. 씨 뿌려 자라난 상추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모종해 놓은 아삭이 고추는 대만 앙상하게 남겨져 있다.
한차례 메아리로 휘몰렸던 태풍이 지나가고 지금은 미역을 채취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한창이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이장님이 되신 박기복 어르신은 목포에서 새벽 4시에 사선을 타고 죽도에 오셔서 열 드럼이 넘게 기름을 채우고 다시 배에 오르셨다. 이렇게 젊은이의 체력을 유지하는 것은 죽도바다와 산을 매일 다니면서 그물을 치고 작업을 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김금자 성도님은 지금껏 입었던 편한 옷들을 정리하면서 태우는 작업을 하셨다. 일하면서 입었던 익숙한 옷들을 보면서 한마디 건넸다.
"편했던 옷인데 버리기가 쉽지 않지요?"
"이렇게 사르지 않으면 새 옷을 입덜 못해요." 하시며 옷에 달린 고무줄을 빼내고 계셨다.
김성도님은 이번 봄에 여섯째 막내딸을 시집보내셨다. 이름을 미덕이라 지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왜 이렇게 지었느냐고 불평이 자자하다고 하셨다. 한자로 풀이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름인데 부르면 듣기가 민망하다고 했단다. 항상 막내딸을 말하면서 김성도님은 "우리 똑예, 우리 똑예" 하면서 웃으셨다. 일처리 하나만은 완벽하게 처리하는 똑순이라는 뜻이었다. 결혼은 했지만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 목포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아들을 얻은 기분이라면서 기뻐하신다. 그러면서 마지막 남은 하나뿐인 아들을 장가보내야 하는데 마흔이 넘어 걱정이라신다. 외국인 며느리를 맞고 싶어도 아들 본인이 싫어한다면서......
여름만 되면 마르고 아프시던 징크스는 올해는 뚝 떠나보내고 건강하게 죽도의 여름을 맞이하시길 기도드린다.//
- 이정심(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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