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송 목사가 만난 사람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섬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섬선교회 대표 최종민 목사 2014년 6월 20일 정오, 서해안 고속도로 행남도 휴게소.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합류했다. 한국섬선교회 대표 최종민 목사 「빛과소금」 최민영 사진기자, 사진작가 민상기(드림북 대표) 그리고 필자. 서해 낙도 육도교회(유선우 전도사 시무)에서 드리는 순회 예배에 동행하기 위한 발길이었다. 우리는 간단히 점심식사를 나누며 취재 일정을 협의, 출발을 서둘렀다. 섬에 들어가는 물때를 맞춰야 하기 때문. 오천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유선우 전도사가 최영채 권사와 함께 선교선 방주호를 대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백 마력 엔진을 장착한 3톤급 작은 동력선 방주호, 엔진 시동을 걸고 출항을 서두르는데, 정선 명령이 내려졌다. 해경의 검문검색에 체크된 것이다. 요즘 세월호 참사 이후 해안 경비가 삼엄해졌다는 것. 여객선 아닌 선교선에 낯선 승객들을 승선시켰다는 것이다. 가까스로 출항 허가를 얻어 파도를 헤쳐 내항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됐다. 섬 선교 활동이 순풍에 돛을 단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체험케 된다. 오천항은 어선들이 닻을 내린 작은 포구. 그럼에도 제법 커다란 배들이 이곳저곳에 닻을 내리고 있다. 모래 채취선에 화력발전소, 그리고 LNG 발전소 건설 등등. 작디작은 포구에 수많은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모래 속에서 키조개를 채취해 살아가야 하는 이곳 어민들에겐 걱정이 태산 같다. 조개 씨를 말린다는 것. 조용한 포구가 시끌벅적, 어민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힘 없어 보고만 있어유!” 교인 한 명밖에 없는 섬 방주호가 첫 번째 닻을 내린 곳은 월도, 주민 11세대에 20명 정도 거주하는데, 교인은 최경자(69) 집사가 유일하다. 최 집사는 스무 살에 보령 뭍에서 이 섬으로 시집 와 50년 세월 동안 혼자서 예수를 믿고 있다 했다. 우리는 커다란 팽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아놓고 금요속회예배를 드렸다. 담임 유 전도사 사회에 최종민 목사가 기도, 필자에게 즉석 설교가 맡겨졌다. 마음껏 축복했다. “사랑하는 자여, 내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삼 1:2). 최집사는 이런 섬에선 구하기도 힘든 콜라를 대접했고, 즉흥 특별 찬양을 선사하기도 했다. 단골 레퍼토리인 듯 박수를 치니까, 콸콸콸 쏟아져 나왔다. _내가 만일 새가 되어 주님을 기쁘게만 할 수 있다면 내가 만일 꽃이 되어 주님을 기쁘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야 새가 되어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나는야 꽃이 되어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낼모레 칠순을 바라보는 최 집사님의 찬양은 작은 섬 월도를 두리두리 맴돌아 서해바다 저 멀리 멀리 피어올랐다. 이 섬의 유일한 하나님의 여종 최경자 집사님, 그녀의 마음속에 피어나는 한없는 하나님의 사람!! 화평!! _네에,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이 섬 선교 사역을 27년 동안 쉼 없이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 말입니다. 이 섬에 있는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찾고 또 찾았던 주님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 아니었겠습니까. 최종민, 그는 누구인가? 한국섬선교회 대표 최종민 목사, 그는 누구인가? 그가 누구이기에, 27년 동안 줄기차게 이 사역을 붙들고 있는 것일까? 지치지고 않고 말이다. _남들이 하지 않으니까 제가 할 수밖에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볼라치면 결코 간단치만은 않은 게 섬 선교 사역 아니던가. 우선 “아무도 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 그대로, 이 사역은 만만치가 않다. 아무나 호락호락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_저는 원래 섬사람입니다. 섬이 얼마나 소외당하고 있는 외로운 불모지인가를 저는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습니다. 전국 4백27개 유인도에 6백22개 교회가 있습니다만, 자립 10%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교회 섬들은 또 어떻고요?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소외된 섬사람들과 더불어 삶을 나눠야 되겠다고 하나님께 서원했습니다. 그것이 이 사역을 놓을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입니다. 육도교회 그날 우리는 유선우 전도사(37)의 영접을 받으며 육도교회를 찾았다. 김경화 사모와 희연(5), 승연(3) 남매가 반갑게 맞는다. 또 전 교회인이 총출동했단다. 최영채 권사, 안봉희 집사, 박금점 집사, 최경자 집사, 박순덕 집사 등등. 모두 여자들이다. 유일한 남자 성도는 세 살짜리 아들 유승연 군인데, 그 남자 성도님은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집중, 최목사가 준비해 간 선물 보따리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최목사 방문 때마다 맛있는 과자가 듬뿍 들어 있는 그 선물 보따리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 _저희 육도교회는 창림 26년을 맞고 있는데, 제가 11대 교역자입니다. 등록 교인 37명, 출석 8명이며 권사 한 분에 집사 세 분, 성도 세 분입니다만, 편의상 모두 집사님으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평균 연령은 70세 정도입니다. 이 섬엔 18가구 40명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섬의 온전한 복음화가 당면 목표입니다만, 교회 유지가 시급한 과제이며 연로하신 분들이 건강하게 지내셧으면 좋겠습니다. 부임 2년 만에 세 분의 장례를 모셨습니다. 최 목사님께서 선교선 방주호를 마련해 주셔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교회 설립 26년에 10명 목회자가 교체됐다면, 2년 만에 목회자들이 떠났다는 계산이 된다. 젊은 목회자가 비전을 품고 꿈을 실현하기엔 여건이 녹록지 않은 형편, 최종민 목사의 코멘트. _교단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도사로서 3년 정도의 단독 목회 경력을 쌓아야만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섬 목회를 경력 삼아 하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섬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 섬 목회자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자녀 교육 문제와 꿈을 구현하기에 어려운 한계 상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섬 교회는 마치 신병 훈련소의 배출대처럼 목사 양성소 같은 처지를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섬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굽은 나무가 산소를 지킨다잖아요. 최종민 목사, 그가 이끌고 있는 한국섬선교회의 사역은 간단명료하다. ‘떠다니는 교회’인 방주호(方舟號)를 타고 전국의 섬들을 돌며 외로운 섬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있다. 외롭고 고달픈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위로하고, 회원들의 지원을 받아서 교회가 없는 섬에는 교회를 세우고, 교역자를 파송하고, 미자립 교회 자녀들의 고육비와 목회자 사례비를 지원해 준다. 이외에도 방주호를 만들어서 제공하고, 영상 자료를 통해 목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수 받은 목사가 없어 성례식(聖禮式)을 치를 수 없는 교회엔 성찬식과 학습 세례식을 거행해 주고, 영정 사진도 찍어준다. 때로는 장례식을 치러주기도 하고.... ‘약방에 감초’처럼 섬사람들의 영육(靈肉)에 걸친 제반잡사(諸般雜事)에 간여하고, 참여하고, 돕고, 챙겨준다. 그러기에 그의 발걸음은 조용하나, 늘 분주하기만 하다. _아내는 저더러 ‘팔자소관’인가 보다고 그럽니다. 집안일보다 섬이 먼저니까요. 그런데 혹여 섬을 찾는 제 발걸음이 굼뜨게 되면 아내가 먼저 서두른답니다. 빈틈없이 내조를 잘해주고, 아이들 양육과 교육, 혼사(婚事)까지 도맡아 감당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내 덕분에 저는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팔자랍니다. 또한 외로운 낙도 섬뿐만 아니라 오대양 육대주 세계만방에 흩어져 있는 후원자들의 기도와 지원 덕분에 한국섬선교회의 사역엔 은혜가 넘친답니다. 빛도 이름도 없이 오늘도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섬마을 교회 사역자들과 성도님들, 아울러 후원자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Soli Deo Gloria!) -고무송(전 한국기독공보 사장, 현 한국교회인물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