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간지럽히는 바다내음, 안면도를 가다 소나무 숲에 일렁이는 알싸한 솔향

사진 설명)
1. 안면 자연휴양림 전경. 안면송 군락지는 고려시대부터 국가에서 관리돼 1000년을 이어오고 있다. 안면송은 주로 궁궐이나 배를 만드는 목재로 사용됐다. 자연휴양림에는 산책로가 갖춰져 있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2.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할매바위와 할배바위.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다.
3. 아름다운 어촌마을로 선정된 방포항. 빨간색 구름다리는 꽃지해수욕장과 연결된다.
4. 기지포해수욕장에 조성돼 있는 자연관찰로. 2002년부터 모래언덕을 보호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구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섬은 섬사람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삶의 방식이 있다. 다리가 놓이고 육지가 되면서 점차 섬사람의 삶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논과 밭은 펜션에게 자리를 내줬다.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던 섬사람의 삶이 관광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섬은 발을 들여 놓는 사람들에게 휴양지가 되어 주고,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안면도(安眠島), 안면도는 글자 그대로 편안할 안, 잘 면, 섬도이다. 편안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일까 안면도는 유난히 펜션이 많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국적인 펜션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안면도는 솔향기가 일품이다. 이름만 들어도 예쁜 해수욕장도 많다.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1970년 태안군과 안면도를 이어주는 다리가 완공돼 육지와 이어졌다. 안면도는 원래 반도였다. 육지인 남면과 이어져 있었는데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의 세곡 운송을 위해 지금의 안면읍 창기리와 남면의 신온리 사이를 파내 이때부터 안면곳이 섬이 되어 안면도가 된 것이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솔향과 바다향기가 가득한 안면도를 찾아가 본다.

바람이 머무는 곳

안면도의 재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걷는 재미다. 두 번째는 해수욕장과 예쁜 펜션이 많다.

안면대교를 지나 안면읍에서 2㎞정도 가면 소나무 숲이 나온다. 하늘을 향해 뻗은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야트막한 산에 소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안면송 군락지. 77번 국도변에 펼쳐져 있는 소나무 숲 한가운데 안면도 자연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다. 안면송은 외모부터 다르다. 구불구불하게 자란 여느 소나무와 달리 잔가지 없이 나무 기둥의 위아래 굵기가 같고 곧게 뻗어 있다. 이 소나무 숲은 고려시대부터 궁궐목재로 사용됐다. 조선시대에도 73곳을 봉산(나라에서 나무를 베는 것을 금지하는 산)으로 지정해 궁궐과 선박 목재 공급처로 국가에서 특별 관리해 왔다. 1965년 정부로부터 양여 받은 충남도에서 관리해 안면도 소나무 숲이 1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안면도 소나무의 분포 면적은 섬전체 면적(1만1918㏊)의 23%인 2770㏊이고 수령은 최고 120년이다.

자연휴양림 산책길 입구부터 커다란 소나무가 손님을 맞는다. 두 팔을 벌려야 겨우 잡을 수 있다. 소나무 향을 맡으며 등산과 산책을 겸해 산림욕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산책로는 5개 코스로 나눠져 있는데 코스별로 15분에서 한 시간 정도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천천히 걸으며 소나무 향을 맡을 수 있다. 산림전시관~배수지고개~숲속의 집~잔디광장~심해봉~새조개봉~바지락봉~모시조개봉~채광석시비까지 한 바퀴 도는 1.9㎞의 C코스를 선택했다. 흙길이 나왔다. 흙을 밟는 느낌은 시멘트나 콘크리트 위를 걷는 것과 전혀 다르다. 푹신푹신하다. 배수지고개를 오르자 솔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은은한 솔향이 코끝으로 스며든다. 시원한 바람은 숲속에 머물렀다. 나무가 왕성하게 자라는 지금 산림욕에 좋은 시기다. 숲속을 거닐면서 맑은 공기와 함께 피톤치드(나무가 자라는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를 마셨다. 소나무 산책길 곳곳에 벤치가 있어 쉬면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산책이 끝나면 산림 전시관에 들러도 좋을 듯하다. 산림 전시관에는 안면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산림전시관에는 목재 생산 과정과 목재의 용도, 안면송을 이용한 배 만드는 모습을 전시해 놨다.

주차장 입구에서 굴다리를 지나면 수목원이다. 수목원은 2002년 국제꽃박람회 때 부전시장으로 활용됐다. 안면도깨비男, 안면도깨비女 등 익살스런 5개 장승이 반긴다. 소목원에는 안면도 및 중부 해안 지역의 자생 수종이 식재되어 있고 방향수원, 약용수원, 식용수원, 자생화원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목원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분위기가 다른 13개 해수욕장

안면도는 13개 해수욕장이 있다. 백사장 해수욕장에서 방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9.9㎞)는 아름다운 바닷길로 선정돼 드라이브와 하이킹 필수 코스다. 해안도로는 안면도로 진입한 뒤 백사장항 방면으로 가면 된다. 백사장·삼봉·기지포·안면·두여·밧개·방포·꽃지해수욕장 등 8개 해수욕장이 있다. 바다와 갯벌, 모래언덕, 소나무가 어우러진 이곳은 지난 1978년 국립공원(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만나는 해수욕장마다 분위기는 다르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자랑한다. 기지포해수욕장은 자연관찰로가 있어 모래언덕 위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2002년부터 바닷가 모래언덕을 보호하고 있다. 모래언덕에는 해당화, 갯그령, 갯메꽃 등 다양한 사구식물이 자라고 있다. 방포해수욕장을 지나면 빨간 구름다리가 인상적인 방포항이 나타난다. 구름다리는 바로 옆 꽃지해수욕장과 연결된다.

젖개라는 향토색 짙은 마을 이름을 갖고 있는 승언마을은 방포해수욕장과 꽃지해수욕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마을이다. 안면도의 상징인 할매바위와 할매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꽃지해수욕장은 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 할매바위, 할배바위까지 갈 수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을 지나 77번 국도를 따라가면 샛별 해수욕장, 장삼포해수욕장, 장곡해수욕장, 바람아래해수욕장 진입로가 나타난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장삼포해수욕장이 제격이다. 장삼포는 백사장이 길게 이어진 해안이다. 장곡해수욕장과 바람아래 해수욕장과 연결된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고남과 영목 항이다. 영목 항은 유람선을 타거나 낚시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람선은 영목 항을 출발해 선도, 추도, 육도, 효자도, 원산도, 선바위 뚝섬 등 태안해안국립공원을 한 바퀴 돈다. 운항시간은 1시간20분짜리와 1시간50분 특별코스가 있다. 안면도는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태안 기름 유출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아니지만 검은 재앙의 아픔을 걷어내고 있었다.

글 이석호 기자 / 사진 임문철 기자 출처 - 광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