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탐방기② 괭이갈매기의 섬, 생태자원의 보고 진홍가슴, 백로와 황로 등

독도는 온통 괭이갈매기 천지였다. 괭이갈매기의 번식기여서 그런지 바다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뾰족한 섬, 독도로 모조리 몰려들었다.

대구환경청은 지난 7월 개최한 독도 생태 주권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독도에 서식하는 생물이 총 760여 종이며 조류 160종, 식물 110종, 곤충 127종, 해양무척추동물 368종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렇게 많지 않다. 이 수치는 문헌 등을 통해 식재되었던 식물 등을 모두 합친 것일 뿐, 실제로 남아 있는 생물종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유독 식물 가운데 사라진 종들이 많은데, 특히 무궁화와 소나무 등은 과거에 일부러 심었으나 다 죽어 없어졌다. 무궁화가 상징성을 띠는 식물이긴 하지만 독도의 거센 기후를 견디지 못하고 소멸한 것이다. 또한 조류의 경우도 잠시 머물렀다 가는 종류 등을 합친 것이라 그 새가 자자손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철새 중에는 독도를 단순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이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해 발견된 조류가 단순히 표류해서 있는지, 뿌리를 내리고 사는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조류가 정확하게 몇 종이라 규정할 수 없는 이유다. 실상 괭이갈매기 이외에는 눈을 씻고 봐도 다른 새들을 구경할 수 없었다.

다행히 장엄한 독도의 비경들을 촬영한 뒤 바로 '진홍가슴'이라는 새를 찍을 수 있었다. 진홍가슴은 우리나라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철새로 독도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잠시 쉬고 가는 녀석이었다. 웬만하면 한자리에 진득이 머물러 먹이를 구하면 좋으련만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는 녀석이라, 단 두 장을 찍고 바로 놓쳐버렸다. 그래도 희귀조를 찍은 게 어디인가.

그렇게 진홍가슴 사진을 찍고 나니 다음으로는 백로와 황로 등 다양한 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백로와 황로는 희귀한 새는 아니지만 동해의 뾰족한 섬 독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황로는 독도 등대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마치 애완조처럼 굴고 있었다. 누구도 괴롭히는 사람이 없으니 마치 애완동물처럼 주위를 서성거렸다.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붉게 변한다. 저 멀리 있는 서도를 배경으로 붉은 노을이 물드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눈으로 아름다운 일몰을 지켜보며 셔터를 연방 눌러댔다.

어느새 해는 지고 곧 어둠이 찾아왔다. 대구환경청 관계자의 말대로 혹시나 야생동물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동도 헬기장 바깥쪽에다 2인용 산악 텐트를 치고 망원렌즈를 텐트 안에 설치했다. 사실 독도는 컨테이너도 날려버릴 만큼 강한 바람이 불어 꼭대기에 텐트를 설치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었다. 취재를 위해 잠시 설치하기로 하고 바깥쪽을 응시하다 너무 피곤해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뭔가 차가운 기운이 볼을 때리는 것이 느껴져 눈을 떠 보니 동이 트고 있었다. 텐트에 플라이를 설치하지 않고 이너텐트만을 폈더니 이슬이 맺혀 볼을 때린 것이다.

독도를 나가는 날이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물건을 하역하는 기중기가 움직여 배 출발 시간보다 훨씬 일찍 바다 쪽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바로 카약을 바다에 띄우고는 삼형제굴바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흔히들 카약에서 보는 시각이 땅 위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또 다른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을 듯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맑디 맑은 동도와 서도의 한중간에서 독도의 또 다른 비경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로 말하면 '크리스털 클리어(Crystal Clear)', 수정처럼 깨끗한 바닷물과 환상적인 독도의 비경이 펼쳐졌다. 바다는 독도 사람들의 표현대로 '장판처럼' 고요했다.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저 멀리서 누군가 배가 들어온다고 손짓을 한다. 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 중 삼분의 일은 성난 파도 때문에 접안조차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먼 길을 오로지 독도를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은 독도 땅을 밟아보지도 못한다. 접안을 위해서는 방파제를 설치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독도는 동해상에 떠 있는 그냥 하나의 섬이 아니다. 독도는 우리에게 영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일간 외교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잠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뿐, 평소에는 잊혀 있는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도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지 않은 장래, 아니 이른 시일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영토의 시비가 없는 독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ㆍ글 성연재 사진부 기자 출처 - 연합이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