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사람 따라잡기(54)ㅣ유진범
		얼마 전에 마을분과 함께 '흐이'를 만들고 기쁜 마음에 사진을 찍어서 글을 쓴 적이 있다(24회). 하지만 그 '흐이'에는 문제가 있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양심적이어서 스티로폼을 공장에서 제작할 때 강도를 높여서 압축을 강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스티로폼을 제작할 때 비용을 적게 들게 하려고 안에 여러 가지 쓰레기나 이물질을 넣고 강도를 낮추어서 겉보기에만 괜찮아 보이도록 제작을 한다고 한다. 저번에 만든 '흐이'도 보기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막상 스티로폼의 내부를 보니 쓰레기와 함께 압축되어져 있었다. 그렇다보니 몇 번 타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흐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완전히 부서져서 배에서 타고 오다가 바다에 빠질 번한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산 스티로폼만 그렇겠지, 다시 믿고 사자!'라는 마음으로 오천항에 있는 철물소에 들려서 사정을 말씀드리고 좋은 것으로 부탁드렸다. 철물소 주인(권사님)께서 미안해하시면서 본인들도 겉만 알지 속을 알 수가 없다고 말씀 하시고는 괜찮아 보이는 걸로 잘 골라서 주셨다. 하지만 결국 새로 산 것도 전에 산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 톱을 가지고 1시간을 잘라도 별로 진전이 없던 것이 전기톱을 대니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해결이 되었다. 그렇게 잘라서 만든 ‘흐이’는 정말 튼튼하다. 그 위에서 누워도 될 만큼 크기도 크고, 안정감도 더 좋다. 정말 잘 쓰고 있다.	혜진 아저씨께서 아침 식사 같이 하자고 초대해주셔서 그곳에서 아침을 얻어먹으며 스티로폼에 대하여 말씀드렸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고민하시더니 본인이 '흐이'로 만들기 좋은 것을 하나 봐두었다고 내일 가져다주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실제로 다음 날 좋은 스티로폼을 가져다 주셨다. 스티로폼을 받고 혼자서 저녁때(그 시간 마을 부녀회가 있었음) 톱과 실과 색연필을 들고 갔다. 실로 중심을 잡고 색연필로 가운데에 선을 그었다. 그리고 톱으로 그 선에 맞춰서 스티로폼을 자르는데, 톱질이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스티로폼 자체가 워낙 크기에 톱질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 한 시간을 팔과 어깨가 아프도록 톱질을 하는데, 부녀회가 끝나서 지나가시던 마을 아주머니께서 "전도사님, 아까부터 고생하시네요.", "네, 이게 잘 안 잘리네요. 자르다보면 언젠가는 잘라지겠죠. ^^" "하하, 내일까지 하면 되겠네요."라고 농담하고 가셨다. 정말 그때의 상태로는 몇 시간을 더 잘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삼길호 성진 아저씨(섬은 배 이름으로 사람을 부르곤 한다.)께서 "전도사님, 저녁때부터 진짜 고생하시네요. 힘들죠? 제가 전기 톱 있는데 잘라드릴까요?" 라며 말씀하시는데, 완전 희망의 메시지였다. "네, 부탁드립니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너무 힘들어서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네요." 라고 말씀드리자, 웃으시면서 전기톱을 가지고 와서는 미리 그어 놓은 선에 맞춰 잘라주셨다. 전기톱으로 자르는데 걸린 시간은 1분도 체 안 되었다. 사실 한 시간 동안 톱질한 것이 너무 허망했다. 그래도 몇 시간을 더 톱질 안 해도 되었다는 위로와 격려의 마음으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렇게 잘라서 만든 '흐이'는 정말 튼튼하다. 그 위에서 누워도 될 만큼 크기도 크고, 안정감도 더 좋다. 정말 잘 쓰고 있다. 이번에 스티로폼을 톱과 전기톱으로 자르면서 하나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기계는 효율을 위해 태어났지만 사람은 관계를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효율의 삶이 아닌 관계의 삶을 다시 생각하며 다짐해보았다. (p.s) 요즘 그 '흐이'를 타고 배에서 내려오면 항상 반겨주는 친구가 생겼다. '초롱이'라고 하는 동네 강아지이다. 방주 2호를 운항하고 '흐이'를 타고 육도 섬에 오면 정말 지친 몸과 마음을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요즘은 ‘초롱이’가 반겨주어 많이 위로가 된다. 그래서 반려동물, 반려동물~ 하나 보다.// - 유진범(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