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갓 넘은 총각 전도사가 처녀 목회지로 정한 곳은 흑산도 옆의 작은 섬 대둔도, 젊음이 있어 열정 하나 가지고 외딴 섬으로 들어가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환갑을 갓 넘긴 나이에 갑자기 하나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고(故) 정삼섭 목사님은 흐르는 세월 속에서 섬사람보다 더 섬사람다운 목회자가 되었고, 짭쪼름한 바닷바람을 오래도록 맞아 피부조차 어느새 흑산도 검은 물을 닮아버렸습니다. 현재의 자리에서 종신목회, 쉽지 않은 일이나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고 사억하다가 2011년 1월 3일 오후에 저희의 곁을 떠났습니다. 육지와 떨어진 전남의 대둔도라는 섬에서 그물코에 딱 걸린 물고기가 되어 살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물코'라 하는 그물눈, 그것이 크건 작건 목사님은 정직한 눈으로 섬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커다란 그물이라도 코 하나가 빠지면 이내 망가지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제 자리를 튼실하게 지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섬 생활을 하는 중에 또 하나, 정 목사님은 문학의 그물코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목사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덩달아 아름다운 그물코 매력에 푹 빠져 보고 싶습니다. 2010년 작년, 때가 되면 홈페이지에 실어달라며 원고를 건네 주었습니다. 그리고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유작으로 남긴 시와 수필들, 섬사람 되기를 그토록 원했던 분의 흔적입니다. -홈페이지 관리자 ■  정삼섭 목사 1950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 총신대 신학대학원(83회)을 졸업하고 아내 김정자 사모, 아들 광복이와 함께 대둔도 수리교회를 신실하게 섬겼습니다. 2007년 6월 [창조문예]에 추천시인으로 등단. 낙도, 먼섬, 분교 등, 다섯 편의 시를 황금찬 시인이 추천하여 시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