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로 나가려는 꿈은 어린이만이 아니다, 섬에서 낳고 자란 모든 섬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다. 자기 대에 나가지 못하여 한이 맺힌 사람은 더욱 그렇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자식만은 넓은 세상(육지)으로 내 보내어 꿈을 이루고 살기를 바란다.
요즘 아내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유치원이 없어 늘 위험한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어떤 재능이 있는지? 각종 학원도 보내야하고, 낙도 교육여건에서 조기교육은 어림없으니 빨리 육지로 조기유학을 보내야 한다고 한다. 면학분위기 좋은 학교에서 교육 혜택도 받아야 한다며 오늘도 졸라댄다. 자식하나 있는 것 부모의 사명 때문에 병신 만든다며 목사인 남편을 닦달한다. 아내가 ‘맹모삼천지교’ 정신이 발동한 것이다. 호떡 장사를 해서라도 가르칠 자신이 있으니 육지로 보내 달라고 한다.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조기교육‘ 열풍은 섬에 살고 있는 아내에게 까지 불어 닥쳤다.
내 생각은 다르다. 오직 성적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는 교육현실은 ‘자식을 삶아 먹는 비극‘ 같다고 하지만 아내는 막무가내이다. 교육을 위해 가족이 떨어져 살아야 하다니 암담하다. ‘기러기 아빠’가 된다는 현실이 나에게도 왔다. 노총각 생활 하는 동안 외로움과 가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했던 나는 아들을 낳아 마냥 행복해 하고 있었다. 기러기 아빠만은 생각도 하기 싫다. 성인이 되어 결혼하면 떨어져 살 테고, 그때도 역시 섭섭할 텐데 벌써부터 떨어져야 하다니 나 혼자이면 불속에라도 들어가겠지만 자식이 무슨 사명이라고 아들 고유의 꿈까지 붙들어 둘 수만은 없다.
초등학교는 분교로 바뀌고 전교생이 고작 13명. 한 반에 2명꼴이니 여기서 무슨 경쟁력이 있으며 거기에다 한 교실에서 두 학년이 합반하면 선생님 한분이 두 학년 학과를 가르치는 부실 교육현실에서 얻어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아내의 의견이다. 내 의견은 다르다, 학생 수가 적어서 좋은 점은 선생님의 집중적인 관심과 과외 받는 것 같은 잇 점도 있어 도시의 콩나물 교실 보다 훨씬 유익하다는 내 의견을 강조했다.
또한 가정 안에 교육의 기초가 있다. 가정은 세상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교실 이전에 우선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가족의 행복’을 삶의 첫째 목표로 삼고 초등학교만이라도 가족이 함께 살자며 설득했다.
초등학교(분교)를 다니는 동안 학원 못가는 대신 집에서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을 길러 주었다, 한약을 먹으면 약발이 서서히 나타나는 이치로 여러 장르의 책을 많이 읽도록 권장 했다. 고 학력으로 올라 갈수록 책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대화할 때는 눈높이를 높여 자기보다 5살 많은 형들하고 대화가 가능하도록 의식수준을 높여 주었다.
자연환경도 좋은 교육장이다. 생태학습장으로는 낙도가 그만이다. 교육혜택 관점으로 볼 때 천혜의 교육환경이다. 아들과 함께 노를 저어 떨어진 섬에 가서 낚시하다 배고프면 홍합, 성게, 보말조개 따서 구워먹기. 철새관찰,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 부화에서부터 이서까지 관찰. 놔먹인 염소몰이해주고 얻은 염소고기를 바닷가에서 구워 먹던 일.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낙도의 자연 생태환경 여건을 최대한 활용했다.
건강도 중요하다. 중요한 시기에 건강 때문에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자랄 때 건강을 다져 놓으면 평생을 좌우 한다. 겨울이면 바둑을 두다 무료하면 운동 삼아 야산에 있는 칡을 캐러 다니면서 건강도 챙겼다.
여름이면 바다에서 하루 종일 수영도 하고 절벽에서 1번 뛰기를 초생 달 뜰 때까지 놀도록 배려한 것은 심폐기능 향상과 도전 정신 함양을 길러 주기 위함이다. 심신정서 발달 성장에 좋은 낙도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오감으로 내공을 쌓는 교육장으로 활용했다. 천혜의 환경조건에서 덤으로 주어지는 혜택은 건강이었다.
- 정삼섭(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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