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도산성교회에 부임하여 3개월을 조금 넘겼습니다. 그동안 무더위와 싸운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흰서리가 내린다는 백로도 지나고 추석도 지나고 아침 저녁에는 제법 찬 기운으로 옷깃을 세웁니다.
연대도산성교회는 1988년 9월 9일에 개척이 시작되었고 이듬해에 입당 예배를 드렸으니 33년이 넘은 건물입니다. 재정이 충분치 못하여 튼튼하게 못 지었고 또 바닷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섬에서는 건물이 빨리 부식됩니다. 벽이 갈라지고 슬라브 처마는 콘크리트가 깨어져 녹쓴 철근이 드러나 있는 실태입니다. 그래서 보수공사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전임 목사님께서는 열악한 환경과 싸우면서 많은 수고를 하셨습니다. 예배당과 사택을 잘 관리하고 꾸며보려고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아직 손볼 곳이 많았습니다. 우선 예배당 외벽에 페인트로 옷을 입히려고 붓을 들었습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저도 마음뿐이지 몸이 젊었을때처럼 따르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사다리 타다가 사다리가 세워지지 않는 곳에는 받침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마땅한 재료가 없어서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시작한 것이라 페인트 붓이 닿는 곳까지 하면서 힘들면 쉬었다가 하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젊을 때의 기분으로 시작하였다가 혼나고 있다고나 할까요.
사택 도배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려고 하는데 알아보니 경비가 18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라고 하여서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 섬에 다녀가시는 분들로부터 후원을 조금 받은 것과 친척들의 협력을 받고 도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택에는 습기가 심하여 곰팡이 공장이라고나 할까요. 옷을 벽에 걸어 놓고 얼마 후에 보면 곰팡이가 하얗게 피는 정도였습니다. 벌레는 이곳저곳에서 기어 나오지요, 또 지네가 수시로 나타나기 때문에 아내는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전임지인 이웃 학림도에 살면서 경험을 많이 했는데도 항상 잘 때에는 파리채를 옆에 두고 자는 버릇이 있습니다. 지금은 곰팡이도 잡고 장판도 새롭게 틈이 나지 않게 깔고 보니 이제는 살붙이고 살 것 같습니다.
저희 교회 성도수는 2명, 남녀 각각 한 명씩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예배 시간을 달리합니다. 남자 성도는 주일 아침 7시에 여자 성도는 11시에 예배를 드립니다. 11시 예배는 섬에 오는 관광객들 성도들이 함께 드리기도 합니다.
엄청난 태풍이 통영으로 향해 온다는 소식에 무척 놀랐습니다. 사라, 루사, 매미보다 위력이 큰 태풍이라고 하니 전에 태풍 매미로 많은 피해를 보았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두려움이 되살아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인 중 남자 성도가 펜션을 하고 있고 “산토리니”라는 배를 가지고 있어서 분과 의논하여 선교선을 새섬으로 피항시켜 태풍을 무사히 피했습니다.
태풍의 뒤 끝에는 해변에 밀려서 쌓여 있는 각종 오물 쓰레기들로 이를 치우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마을 이장님의 안내방송이 온마을에 울려 퍼집니다. “주민 여러분 모두 나오셔서 태풍에 밀려온 쓰레기를 청소합니다. 8시 30분까지 모두 나오십시오.”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청소 현장에 참여하여 부지런히 쓰레기 수거를 하였습니다. 커다란 스티로폴부기는 그물 자루에 담고 여러 가지 오물들은 처치 곤란하여 태우기로 결정을 내려 군데군데 모아서 태우는데 어찌나 매연이 지독한지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쓰레기 태우는 것은 평소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불법적인 행동입니다. 육지라면 트럭을 동원해서 싣고가면 되겠지만 섬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태풍 뒷 수습이니 단속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섬에서 보내는 그동안의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특별할 것이 없지만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교회와 성도와 섬주민들을 섬기는 일에 열심을 품습니다.//
- 김치관(한국섬선교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