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 목회는 넓은 평야보다도 거친 황무지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섬 남자들의 특성 중 하나는 배에서 내리면 육지에서는 손끝 하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화장실이 차면 남정네는 배로 떠나고, 여인들이 다 퍼내고 나면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섬마을도 가스로 음식을 하고 석유 보일러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겨울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일인 보일러 기름 채우기는 육지와는 전혀 다릅니다. 육지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기름차가 와서 탱크를 채우고 가지만, 섬에서는 작은 어선에 20리터짜리 플라스틱 통을 10개, 20개씩 싣고 육지로 나가 기름을 받아옵니다. 다시 섬에 돌아오면 무거운 기름통을 리어카에 옮겨 싣고 좁은 언덕길을 끌고 올라가 탱크에 하나하나 부어 넣어야 합니다. 독거노인 가정이나 성도들의 집이면 그 수고는 고스란히 목사의 몫입니다. 무거운 가스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곧 섬김이요 봉사이며 전도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섬 목회란 바로 그런 삶입니다. 목사는 단순히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만능 기술자, 힘센 일꾼, 119 구급대, 그리고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작은 섬마을은 빠르게 소멸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교회 역시 마을과 운명을 같이합니다. 마을이 살아야 교회도 삽니다. 그래서 저는 시 관계자들과 힘을 모아 섬을 ‘찾아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마을’로 만들기 위한 일에 나섰습니다. 둘레길을 정비하고 전망대와 벤치, 가로등, 정자, 운동기구가 있는 작은 운동장을 세웠습니다. 펜션·글램핑장·야영장·수영장을 갖추고 ‘㈜마도섬 펜션’을 설립하여 사천시로부터 경영권도 부여받았습니다.
아울러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해 교육, 면허, 실습, 어선 임대와 정착자금 융자 지원까지 이어지는 정책도 마련했습니다. 또 ‘두 달 살이 펜션’을 네 동 지어 섬살이를 체험할 기회를 준비했습니다. 믿음의 성도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이곳에 오기를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면 섬은 분주합니다. 손님맞이 준비로 바쁜 가운데, 3년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해, 시 담당자에게 6월에 둘레길 풀베기를 시작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이어지는 8월이 되어서야 부탁이 들어왔습니다. 둘레길은 이미 칡넝쿨과 엉겅퀴가 뒤덮어 짐승조차 다니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교회 뒷집 동생과 함께 새벽기도를 마친 뒤 예초기와 낫을 들고 길을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땀에 흠뻑 젖으며 풀을 베고, 넝쿨을 김밥처럼 말아 끌어내리며 매일같이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돌이 눈에 튀어 안과 치료를 받고, 예초기를 여섯 번이나 새로 바꿔야 했으며, 벌에 쏘여 주사를 맞기도 했습니다. 엉겅퀴 가시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 계속 약을 먹고 치료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을 주민들은 음료수와 과일을 가져다주며 격려했고, 각자의 밭길이나 묘 주변도 부탁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둘레길을 바라볼 때면 힘든 노동 속에서도 보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노동 끝에 허리 협착증이 악화되어 심한 통증과 다리 힘 빠짐으로 결국 서울의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건강한 모습으로 마을에 돌아왔을 때, 주민들은 모두 기뻐하며 반겨주었고, 저는 다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은혜에 감격했습니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일흔 고개’를 이미 넘겼지만, 또 다른 고통의 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봉사는 줄이고, 오직 목회에만 전념하려 합니다.
사도 바울이 고백한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는 말씀처럼, 저 역시 반평생 작은 섬 교회를 섬기며 남긴 흔적을 주님의 은혜로 여기며 스스로 위로합니다.//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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