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교회 순례(6)ㅣ사량제일교회
		사량도는 다정한 오누이처럼 두 섬이 나란히 누워있다. 높은 곳에 자리한 윗섬이 상도(上島), 아랫섬은 하도(下島)다. 이 두 섬을 오가는 바닷길은 1.5㎞ 가량으로 좁은 편, 이곳을 동강이라 부른다. 상ㆍ하도 사이에 있는 바다가 분명하지만 강으로 통한다. 호수와 비교될 정도의 긴 산자락을 끼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 아래의 두 섬 사이에 길게 뻗은 해협을 동강으로 불러왔다. '강처럼 길게 뻗어있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는 하나 뭍에 대한 그리움이 지명에 묻어 있다. 바다에 강 이름, 육지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섬사람들 마음의 표현이랄까. '섬' 하면 절해고도, 고독과 단절이란 단어가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라면 얼른 이해되는 대목이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이 동강의 동(桐), '오동나무'란 뜻이다. 오동나무가 칠현금의 재료로 쓰여 '거문고'라는 악기에 비유하여 지은 이름이라고도 하니 꽤나 낭만이 있다. 바다에 배를 띄워 거문고를 타고 육지 사람들과 똑같이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진다. 이 동강 나루에서 뱀이 꼬리를 물고 다리(梁)처럼 지나다닌다고 해서 생긴 섬이름이 사량도(蛇梁島)다. 예전에 뱀이 많은 섬이었고, 섬의 생김새가 뱀처럼 길게 자리해 뱀과는 뗄 수 없는 섬이기도 하다. 지금은 뱀 대신 산짐승이 많다. 그만큼 숲이 울창하다는 증거다. 남해 먼 바다에 자리한 사량도의 한 마을에 복음 들고 찾아간 젊은 목회자가 있다. 자신이 속한 교단의 신문을 보다가 교역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들어갔다. 교회 이름은 사량제일교회(경남 통영시 사량면 금평리), 신문에 난 것을 보고는 섬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섬인 줄 알게 되었는데 사모가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다. 사량도라는 섬에서 복음으로 사랑의 열매를 맺고 있는 이종열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배에 몸을 싣고 처음 섬을 찾았을 때는 남보다 더한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믿음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곧 동강 나루터가 마을 가까이에 있는 것을 알았고, 차츰 섬사람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었다. 이 목사는 만 6년째 사량도상도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상ㆍ하도 인구를 모두 합치면 1,900여 명, 사량제일교회가 자리한 진촌마을이 있는 금평리 마을만 하면 250가구 600여 명 정도를 교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뛴다. 그러나 섬은 인구가 줄고, 교회에는 젊은이가 없어 안타깝게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 마을 전도에 더 어려움을 느낀다. 유난히 차씨 성을 가진 사람을 마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16명 가량이 교회에 출석하며 80세 가까이 된 성도가 5명, 40∼50대는 5명이다. 남자 성도는 87세, 78세인 두 분을 빼면 다른 연령층은 전혀 없다. 사실, 5년 전만 해도 마을에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살고 있어서 아이들이 40명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멀리 전학 가고, 부모의 이혼으로 깨진 가정이 늘어나면서 17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리하여 주일학교 아이들은 25~30명에서 10명 정도가 되었다. 아름다운 섬이지만 '섬'이라는 특수지역의 한계성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2학년 아들이 주일학교에 잘 다닌다. 두 아이는 섬에 별다른 놀이시설과 학원이 없어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큰딸은 벌써 2천 권 가량을 읽어 독서열이 대단하다. 사량제일교회는 1976년에 집사 2명이 가정에서 예배드린 것이 계기가 되어 세워졌다. 이후 전도사를 초빙했고, 목회자가 자주 바뀌기도 했다. 한 달 정도 있다가 떠나고, 어떨 때는 몇 개월 동안 목회자가 공석 중인 상태로 남았다. 그만큼 열악한 목회 현장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자신이 몇 대로 부임한 지 기록이 정확하지 않다. 6대 정도로만 짐작할 뿐이다. 막상 섬에 와보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도박(노름)이 심했다. 거기다가 거친 바다 환경 속에서 생활을 해서 미신을 믿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 영향을 받아 마을에서는 아직도 용신제를 1년에 두 차례씩 지낸다. 또 무작정 마시는 술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고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남자 주민들은 술로 인해 간이 많이 손상되었고, 당뇨와 고혈압으로 80% 이상이 고생하고 있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일지 모를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을 이 목사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때마침 우체국에서 카탈로그를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야콘'이 당뇨 치료제라고 적혀 있었다. '덩이뿌리는 변비에 좋고, 잎은 당뇨에 좋다'고 하여 종자 보급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즉시 야콘 모종을 주문하여 농사짓기에 들어갔다. 다행히 묵힌 밭이 있어서 중고 경운기를 사고 농사에 빨리 뛰어들 수 있었다. 이렇게 남미 원산지 사람들이 '땅 속의 배'라 부르는 야콘 농사는 전적으로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이 되었다. 벌써 5년째 되어 자리를 잡았다. 마을 주민들은 멸치잡이를 하고 최근에는 관광업으로 돈을 번다. 주말이 되면 몇 천 명의 관광객들이 등산과 낚시를 위해 섬에 찾아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요일과 주일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좌판을 벌인다. 교회에 나오던 성도까지 이 일에 뛰어들어 주일예배에 못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섬 목회를 오래해도 눈에 띄게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 영혼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더 생겨나고, 그의 가슴은 구령사업으로 더 뜨거워진다. 이 목사가 섬에 들어오기 전에는 군산의 중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교회를 섬겼다. 그 전에는 김제에 있었고, 늘 전라도 쪽에 있다 보니 타지역 먼 곳으로 가기를 원했다. 그 마음을 아신 하나님은 그를 경남 통영의 사량도로 인도하셨다. 주민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해 야콘 농사를 정성껏 짓고, 마을 사람들을 1년에 3번 교회로 초청하여 식사를 같이 한다. 모두 한 영혼이라도 구원하고자 하는 이 목사의 간절한 마음이 들어 있다. 최근에 새가족으로 몇 명이 교회에 나오게 되어 감사하다. 이들이 교회에 잘 정착하기를 그는 기도한다. 사량도는 누구나 찾아가 보고 싶어하는 섬이다. 육지 못지않게 산세가 뛰어나고 기운찬 섬을 꼽으라면 경남 통영의 사량도가 단연코 몇 손가락 안에 든다. 상도에는 지리산·불모산·옥녀봉이 있고, 하도에는 일곱 봉우리의 칠현산이 자리해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섬이 품고 있는 이런 몇 개의 산봉우리들은 몇 시간을 등산해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기상이 씩씩하고 산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답다. 물론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만만한 산이 아니다. 능선의 바위는 울퉁불퉁 뾰족, 암릉은 밧줄을 타야하고, 바위너덜과 급경사에 깎아지른 듯한 벼랑까지 등산로가 무척 험하다. 특히 옥녀봉은 욕정에 사로잡힌 아버지를 피하려다 떨어져 죽었다는 옥녀의 서글픈 전설이 서려있어 지친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올라간다. 또한 우거진 숲, 빼어난 암릉미와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좋다. 거기다가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해풍과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바다횟감, 해수욕장까지 자리해 산행 후에도 두루 재미가 있다. 최근에는 육지의 도로 사정이 좋아졌고, 섬에 들어갈 수 있는 바다 배편이 훨씬 좋아졌다. 통영의 가오치 선착장, 사천의 삼천포항, 고성의 상족암 유람선 선착장과 용암포(맥전포항) 선착장에서 사량도행 배를 띄운다. 그리고 난중일기에 이순신 함대가 사천해전을 치른 뒤에 이 섬의 금평리 일대에서 하룻밤 묵고 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래저래 사량도는 갈수록 명성이 높아져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섬산행과 먹을거리, 해수욕장 외에 바다 낚시(주로 아랫섬), 유람선 관광, 해안 드라이브, 레포츠 등 즐거움이 사량도에 가득하다. 육지 사람들은 이 섬이 좋다고 찾아오고 나가고, 또 다른 사람들이 또 그렇게 하기를 반복한다. 해녀가 직접 건져 올린 돌멍게 요리가 별미, 옥녀봉의 전설이 깃들어있는 곳,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바다 건너 저 멀리에 지리산이 보이는 섬, 한려해상공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량도'는 이종열 목사가 있어 '사랑도'가 되어 가고 있다.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남해 바다의 추억,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섬을 떠올리자 구릿빛 환한 이 목사의 얼굴이 아름다운 사량도의 한 장면과 겹쳐진다.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
	사량도 금평리, 사량도의 중심마을이다. 마을 뒷산의 옥녀봉은 이 섬의 자랑이다. 등산로가 잘 닦여 있다. 통영항과 고성항을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에도 수차례 있어 교통이 불편하지 않다. 교회 뒤에 있는 팽나무는 수령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사량도 바다는 멸치잡이의 어장으로 늘 멸치잡이배들로 붐빈다. 교회 역사가 30년이 훨씬 넘은 사량제일교회 이종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