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교회 순례(5)ㅣ서검교회
		내 나라 땅을 밟는데도 군인이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서검도(西檢島)는 강화도 서쪽의 교동도와 석모도 사이의 좁은 통로인 한강 진입로에 위치한다. 그리하여 예전에 한강을 따라 한양에 들어가던 배들이 서검도를 통과하면서 검문을 받아 색다른 이름을 얻었다. 지금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民統線)' 안에 있어 '서쪽에 있는 검문소'라는 이름의 뜻이 여전히 실감난다. 서검도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갯벌 너머로 북한의 황해도 연백(약 6km)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철조망 없는 휴전선 최북단에 위치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오직 하늘을 나는 새만이 제약받지 않고 남북한 땅을 유유히 오간다. 실제로 서검도 앞 바다에서 북의 잠수함이 몇 차례 발견되기도 했고, 북에서 절구통과 꿀 벌통 등 물건들이 여름 장마철에 떠내려 와 바다로 흘러 들어온 적이 있었다.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 섬에 특이한 이력을 가진 교회가 세워져 있다. 서검교회(최재철 담임목사)는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교회로 40년이 훨씬 넘는 긴 역사를 지녔다. 1967년에 미국에서 건너온 뿌레이 여사에 의해 교회가 시작된 것. 의사인 그녀는 한 달에 1~2주, 아니면 2주 이상을 서검도에 와서 아픈 주민들을 치료해 주었으며 모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또한 주일학교 학생 전도에도 열심을 품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봉사를 하다가 섬을 떠났다. 이후, 교회와 해병대가 연결되어 김기옥(남) 전도사가 부임했다. 3년 간 최선을 다해 사역했으나 인구는 자꾸 줄고 열악한 섬의 특성상 결실은 별로 없었다. 곧 김 전도사는 교회를 그만 두었고, 장년 1명, 주일학교 학생 10여 명과 청년만 남았다. 그런데다가 주일학교를 맡았던 청년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섬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교회에 나가 본 적도 없던 최재철 목사 집에 아이들이 찾아왔다. 최 목사는 당시에 40대 중반의 나이였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아이들은 양손에 매달려 주일학교 설교를 해달라고 졸랐다. 서검 분교에서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은 있지만 생소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 달라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다. 결국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을 뿌리칠 수 없어 교회에 나갔다. 다행히 두고 간 포켓 성경이 한 권 있었다. 성경을 뒤적여 농부인 그가 그나마 알 수 있는 '씨 뿌리는 비유'를 얼떨결에 아이들에게 전했다. 그 후로 말씀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회를 찾아다녔고, 어떤 때는 성경 한 구절을 알기 위해 과천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은 흘러 집사가 되고, 신학을 공부해 전도사를 거쳐 목사가 되었다. 신학을 할 때는 자녀들이 모두 십대 중고등 학생이라 아버지의 손길이 필요했으며 자신은 배타고 나와 전철로 인천까지 통학을 해야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평생 동안 고향을 지키며 집사, 전도사, 목사라는 직분으로 한 교회를 섬길 수 있었다. 최재철 목사는 1975년에 서검교회 4대 교역자로 부임해 교회와 성도를 한결같이 돌보고 있다. 현재 서검교회의 등록교인은 15명, 모두 연로한 분들이라 일을 하고 나면 피곤하다고 교회에 빠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어떤 날은 육지에 나가 있을 때가 있다. 그래서 10여 명 정도가 출석한다. 초창기에 60명이던 주일학교 학생들은 20여 년 전에 서검 분교가 폐교된 이후 숫자가 줄어들더니 현재는 주일학교는 물론이고, 섬에서조차 한 명의 아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젊은이가 살기에 적당한 생활환경이 아니라는 뜻일 수 있다. 선착장이 있는 솔책도는 솔착이라고도 하는데 3가구가 살며 안동네라 불리는 서검리 본섬에 주로 사람들이 모여 산다. 현재 30세대 60여 명이 살고 있다. 어업이 주민들의 주된 일이었지만 군사분계선이 그어지면서 어부로 살아가기에는 많은 제약을 받아 어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천일염을 만들던 염전도 문을 닫아 일부가 농장으로 바뀌었다. 원래 서검도와 솔책도(松柵島)는 썰물 때만 건너던 섬, 간척을 하여 하나의 섬이 되었다. 이 간척지에서 주민들은 논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간다. 농사짓는 틈틈이 갯벌에서 굴을 찍고(캐고) 소라를 잡곤 했으나 지금은 출입금지가 되어 활동 범위가 막혀 연간 소득이 대폭 감소했다. 숭어와 농어, 꽃게, 여름철의 망둥이 잡이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만일에 농사지을 땅이 많고, 꽃게와 새우, 숭어가 연근해에서 많이 잡힌다고 해도 노인들뿐이라 힘에 부쳐 놀려야 할 판, 그렇기는 하나 사라진 풍경이 많이 아쉽다. 섬은 강화도∼교동도∼서검도∼석모도를 잇는 강화조력발전소 건설 얘기로 들떠있다. 반대 의견도 많지만 먼 미래를 볼 때 생산한 전기를 이북으로 보낼 수 있고, 섬은 육지와 연결되어 훨씬 편리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교류협력의 맥이 끊긴 채, 남북 간이 초긴장 상태에 머물고 있어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다. 아무튼 주민들은 섬이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여러모로 불편해 다리로라도 본섬과 연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동검도 섬은 간척을 하여 강화 본섬에 속한 지가 오랜 것이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석모도로 간 다음에 차로 이동하여 하리 항에서 배를 타야 하니 오가는 길이 정말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직항로는 없고, 가는 길은 멀고, 타는 여객선 안도 황량하다. 그만큼 서검도는 육지와 멀다. 그나마 무인도인 납섬(납도)이 외로움을 달래줄 뿐이다. 민통선 안에 있으면서 검문한다는 뜻이 이름에 들어있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서검도. 군인들과 군부대가 보이고 '군사작전지역'의 접근 금지 경고판이 보여 민족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2005년에 군의 허가를 받은 유료 낚시터가 개방되어 낚시꾼이 꽤 드나들고 있다. 서해 끝에 오염되지 않은 붕어낚시터가 있어서 입소문 타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채 찾아들 오는 것이다. 서검도는 예전에 비해 외지인의 출입이 많이 완화된 편이나 주민등록증은 필히 지참해야 한다. 서검교회에서 믿음생활을 처음 시작해 교역자로 섬기고 있는 최재철 목사(77세)는 허리뼈가 회복이 힘든 상태여서 걷는 것이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사모의 뇌세포 혈관이 막혀 치료를 위해 입원한 상황이라 육체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감당하고 있다. 북한 접경지대에 복음의 빛을 발하기 위해 세워진 서검교회와 인자한 모습의 최재철 목사가 섬에 있어서 외지인들은 처음 찾는 낯선 발걸음일지라도 마음을 푹 놓고 쉬었다 가는 것 같다. *** 2019년 6월 이후, 서검교회는 '서검도교회'로 명칭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
	주민들은 간척지가 생겨 바다로 나가는 대신 논에서 농사를 짓는다. 황해도 연백 땅이 아스라이 보인다.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가 부럽다. 틈틈이 갯벌에서 굴을 찍고(캐고) 소라를 잡았으나 지금은 출입금지가 되었다. 검문한다는 뜻이 이름에 들어있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서검도를 서해 바다가 지켜보고 있다. 휴전선 최북단에 위치해 긴장감이 감돈다. 섬에 들어가려면 주민등록증 지참은 필수! 평생동안 고향을 지키며 서검교회를 섬기고 있는 최재철 목사. 새 예배당 전경과 현재 목회자 정용 목사(2018년, 정용 목사 촬영) 새 예배당 전경과 현재 목회자 정용 목사(2018년, 정용 목사 촬영) 교회명 변경 후 예배당 전경(정용 목사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