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린쿠유/터키

하늘로 열린 지하도시

현재 지명/데린쿠유 위치/터키 중부의 카파도키아 영상 나레이션/성우 김도현 데린쿠유는 성경에 나오는 갑바도기아 지역으로 오늘날 터키 중부의 아나톨리아 고원에 자리한다. 광활한 고원의 계곡을 넘어오는 침입자들이 있어 땅 밑에 도시를 세우고 함께 모여 피난생활을 하였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쿠유, 그 지하도시로 들어가는 문은 조그맣다. 암굴 속에 그토록 거대한 도시가 있었나 할 정도로 넓은 거주 공간들이 층층으로 나타난다. 화살표가 그려진 방향으로 허리를 굽히고 엉금엉금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이 길을 오르내렸던 옛 사람들의 체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길 아래에는 또 다른 길이 연이어 나타나 아득하게 한다. 적의 침입을 대비해 안에서만 열 수 있도록 원형의 돌문을 여러 개 만들어 두었다. 그 무게가 무려 300~500㎏이 되었다. 통풍과 내부 온도조절을 위해 환기시설까지 두루 잘 갖추었다. 단번에 이러한 공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 30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자손 몇 대를 거치며 지하 120m의 대도시가 생겨났다. 당시에 건축기술이 있을 리 없고, 도구 또한 변변치 못했다. 그렇기에 불가사의한 일로 꼽힌다. 곡식 창고와 구유간, 연기로 그을린 부엌, 방앗간, 교회, 깊게 파놓은 공동우물, 수많은 방, 포도주 저장실, 무덤, 고행 장소, 신학교 등이 나왔다. 안주할 수 없는 이 세상의 삶과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죽음, 생활 공간 한쪽에 무덤이 있다. 신앙에 채찍을 가하기 위해 마련해 두었을 고행 장소와 십자가 형태의 교회, 신학교 등이 함께 자리한다. 이처럼 삶의 중심에는 예수를 향한 신앙심이 늘 있었다. 통풍구 위에서는 수직으로 한 줄기의 빛이 새어나온다. 어둠 속에서 그 빛은 더 밝게 빛난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환난과 핍박 중에도 신앙을 지켰다.' 지하도시 데린쿠유, 비록 세상과의 닫힘이었으나 하나님과 이웃, 자기 자신에 대한 열림의 세계였음을 알 수 있다. 동행하신 노(老) 목사님(당시 88세)은 버스에 오르신 후, 곤한 몸을 의자에 맡기신 채로 기도하셨다. 그러시다가 얼굴을 앞사람 등받이에 힘없이 묻으셨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본향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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