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섬(11)ㅣ바벨투아프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추억이 없는 곳. 태평양이 있는 조그만 섬에서 남은 여생을 살고 싶어." 영화(쇼생크 탈출) 속의 주인공이 탈옥 직전에 동료에게 한 말이다. '추억이 없는 곳'이란 말은 '기억이 멈춰버린 곳'이라는 뜻으로 태평양을 멕시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추억도 눈부시게 날아가 버리게 하는 태평양, 그 넓고 넓은 바다에 무엇이 있나? 절대 자유와 희망, 평화! 우리 또한 태평양의 어느 섬에 가면 기억이 멈추는, 영원의 시간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태평양 바다에 떠있는 팔라우를 주목하라고? 작은 섬이 모여 있어서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라 불리는 곳의 서쪽 끝부분에 자리한 팔라우 공화국! 오세아니아 주에 속한 무공해 다도해 국가이면서 아직은 수줍은 듯 세계 속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면적은 우리나라 거제도보다 더 크고, 수도인 서울보다는 훨씬 작다. 이번에 팔라우에서 가장 큰 섬인 바벨투아프(Babelthuap)를 만나보자. 열대지방 특유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로~! 바벨투아프, 팔라우에서 제일 크다 바벨투아프 섬은 바벨다오브(Babeldaob)라고도 한다. 원래는 이 섬 북쪽 절반을 부르는 이름으로 '위의 바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섬 아래쪽의 남쪽 절반은 에오울다오브(Eoulthuap)라고 불렀다. 섬은 팔라우의 다른 모든 섬을 합친 면적보다 4배 가량이 크다. 화산섬으로 고지대며 산이 많고 기복이 복잡하다. 동부 해안 쪽은 아름다운 모래 해변, 서쪽 해안선은 맹그로브(Mangrove)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부 정글지역은 개발이 전혀 되지 않았으며 폭포가 숨어 있어 더 시원하다. 정글에서 자라는 박쥐가 꽃가루를 먹는 초식성이라는 사실이 매우 이채롭다. 초록도마뱀이나 기타 동물들이 모두 거칠지가 않다. 강 유역의 습지대에는 남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악어가 살고 있다. 이 섬에 팔라우의 수도인 멜레케옥(Melekeok)이 있고, 이 섬의 남단인 아이라이(Airai)에 국제공항이 자리한다. 코로르와 다리로 연결 바벨투아프는 정치·경제·행정의 중심지인 코로르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팔라우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살며 큰 항구와 라디오 방송국, 텔레비전 방송국, 병원, 벨라우 국립박물관이나 에피슨박물관, 잘 꾸며진 아쿠아리움은 모두 코로르에 있다. 2005년까지 코로르(Koror)가 임시수도였던 것이다. 박물관에서 팔라우 원주민들의 역사와 문화, 전통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옛 대통령 관저, 소박한 도시풍경과도 접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에 일본인이 코로르에 태평양 점령사령부를 세웠다. 새로 만든 KB 다리는 현수교 팔라우의 중심 섬인 바벨투아프와 코로르는 KB(New Koror-Babeldaob Bridge)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 다리는 현수교이며 '팔라우와 일본의 친선교'로 통한다. 1996년 9월에 다리가 무너져 내렸고, 새로 다리를 놓는 일에 일본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5년 만에 완공했다. 세계 최장의 단일 철강 콘크리트를 자랑하던 아치형 다리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한때 여객선과 페리를 운행하였다. 다리 아래로는 거대한 태평양의 물줄기가 흐른다. 울창한 맹그로브 숲과 '코코넛 게' 짠 바닷물에서도 자라는 식물 맹그로브, 바닷물의 염분을 견뎌내고 자라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맹그로브 숲은 산호와 함께 해양 생태계의 또 다른 중심을 이룬다. 제방처럼 폭풍과 해일을 막아주는 고마운 숲이다. 울창하게 우거진 맹그로브 숲 사이의 코코넛 나무 위에서 과일즙을 먹고 자란 게가 있는데 일명 '코코넛 게'다. 가느다란 집게발로 두껍고 단단한 코코넛 껍질을 깨고 즙을 꺼내 먹는 모습이라니~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난다. 대게 맛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 속살이 꽉 차있고 담백하다. 코코넛 향이 나는 듯한 별난 대게 요리가 아주 별미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고요하고 맑은 바다에는 무수한 물고기와 해조류가 살아가고, 어린 치어들이 춤추는 모습이 아주 장관을 이룬다. 간혹 눈에 띄는 대형 물고기들, 이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특하다. 잭 피시, 머리에 혹이 튀어나온 모습이 꼭 나폴레옹이 모자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은 나폴레옹 피시, 어린아이 만한 큼직한 몸으로 유유히 떠다니는데 사람을 도무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지금은 개체수 감소로 세계적인 보호 어종이 되었다. 무리 지어 다니는 어류 중에 잭피시라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도 있다.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생존의 방법으로 뭉쳐 다니는 것이지만 포식자의 눈에 얼른 띄기 쉽고, 세균에 감염된 한두 마리가 있다면 금방 전염될 수 있다. 아무튼 일사불란한 그들의 움직임에 탄성이 나온다. 소박한 도시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바다 세상이 팔라우에는 계속 펼쳐진다. 태평스러운 바다에 전쟁의 흔적이! 지금부터 70여 년 전, 태평양 한가운데서 미국과 일본이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그 중심 나라가 팔라우였다. 일본은 비행장과 활주로를 만들고, 산호초와 자연동굴을 이용해 기지를 요새화 했다. 이후 미군이 상륙해 폭격을 가했고, 바닷물은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폭격 맞은 일본군 전투기와 대형 유조선이 그 때의 참혹한 전쟁을 말해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월은 흘러 무기의 잔해를 무대 삼아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전쟁의 유물은 점차 바다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아득해진다. 이 전쟁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징용과 위안부로 끌려와 동원되었다. 문득 이 바다는 일제강점기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태평양은 과거에 태평스러운 바다만은 아니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팔라우 사람을 끌어당기는 팔라우의 힘은 무얼까. 그것은 어떤 인공의 화려함이 아니라 순수한 바다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손길이 덜 닿은 청정지역, 연중 더운 날씨와 최적의 해양 조건,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이라 언제 찾아도 반겨준다. 팔라우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여행은 시간과 돈을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여행자들은 팔라우를 만나는 순간 이미 팔라우의 팬들이 되어 버렸으니까. 첫 만남에 반하게 되는 팔라우, 지금은 누군가에게 희망과 자유를 안겨주는 평화의 섬이 되었다. 멕시코 사람에게는 태평양의 한 섬인 '지후아타네오'가 있는 것처럼 각국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팔라우가 있다.// (자료 사진) 1.EBS 방송 -한국섬선교회 편집실 ▼ ◀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