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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 폐기물 처리장 등으로 버려진 섬이었던 일본 가가와현의 작은 섬 나오시마가 주민 3300여 명의 수백 배가 넘는 외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예술의 섬'으로 변모한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잡지인 콘데나스트 트레블러가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7대 명소로 꼽은 관광지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작은 섬을 다녀갔다. 무엇이 이 황폐 한 섬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바꾸었을까?
한 기업인과 예술가의 만남
나오시마는 과거 해상교통의 요지로 유명했으며, 1917년 미쓰비시 중공업이 금속제련소를 세우면서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중금속 폐기물 등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제련업마저 쇠락하자 나오시마는 버려진 섬이 되었다.
이 섬이 다시 각광받기까지에는 한 기업인의 노력이 숨어 있다. 1987년 출판업계에 몸담고 있던 후쿠다케 소이치로는 인간에 의해 피폐해진 섬을 되살리고자 10억 엔을 들여 나오시마 섬의 절반을 사들였다. 섬 전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 후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운명같은 만남을 계기로, 본격적인 예술의 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990년 후반 베네세 하우스와 지추미술관이 생겨나고 섬 곳곳에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들어섰다. 자연과 예술이 경계를 허물며 매혹적인 마을로 재탄생한 것이다.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에 주민들 참여
사실 베네세 그룹이 나오시마 섬에 있는 땅 일부를 샀을 때만 해도, 그들은 어린이를 위한 국제캠프장만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한 베네세 그룹은 나오시마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섬으로 만들겠다며 마을 주민과 함께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Naoshima Art Project)’를 시작하였다.
베네세 그룹이 만든 공공시설에 마음을 연 나오시마 주민은 아름다운 나오시마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그 후,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 씨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와 뮤지엄을 짓고, 1998년에는 혼무라 지역에 ‘이에(家) 프로젝트(Art House Project)’를 실시하였다.
예술 소재로 활용된 역사와 추억들
나오시마 부활의 신호탄은 미술관이 아닌 ‘집(家) 프로젝트’가 이끌었다. 집 프로젝트는 혼무라 지역에 버려져 있던 빈집과 신사들을 새로운 개념의 예술 건축물로 복원하는 작업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 미야지마 다쓰오는 이 작품을 만드는 주인공으로 100여 명의 마을 주민을 모집했고, 그들로 하여금 직접 복원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미야지마 다쓰오의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첫째로 전통과 현대미술의 조화라는 새로운 컨셉의 브랜드 디자인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섬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며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전문예술가가 아닌 섬 주민들을 예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시켜 이들이 예술의 소비주체가 아닌 지속적인 생산주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 낡고 버려진 것에서 예술사적 의미를 가지는 온고이지신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소의 역사와 추억들이 예술 소재로 적극 활용되었다. 낡은 빈 집들을 추억의 창고로 전환시켰고, 오래된 신사, 절터를 복원해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마을의 추억을 복원하는 과정이 예술 그 자체이자 진화한 것이다.
여러 시설물
베네세 하우스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베네세 하우스는 안도 타다오 씨가 설계한 숙박 시설로, 자연과 예술이 건축물의 일부가 되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이곳은 파크동, 비치동, 뮤지엄동, 오발동으로 나눈다.
베네세 하우스 안에 있는 뮤지엄에는 30여 명 작가의 50여 점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앤디 워홀, 장 미쉘 바스키아 등 유명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에(家) 프로젝트
나오시마 섬 동쪽 일대에는 혼무라 지구가 있다. 이 지역에 있는 비어있거나 버려진 집과 절 그리고 신사를 복원하고, 미야지마 타츠오, 나이토 레이, 스기모토 히로시 등이 만든 개성 있는 작품을 설치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에(家)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작품 설치와 소개 등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마을주민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던 섬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미야노우라 항 근처에는 오오타케 신로의 작품이자 목욕탕인 ‘아이 러브 유(湯)’가 있다. 마을 주민과 관광객이 목욕을 즐기며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현지 주민이 운영하고 있어 지역사회 참여도가 높은 예술 작품입니다.
이우환미술관
나오시마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미술관으로 이우환 화백은 한국인 예술가로 유럽에서 크게 호평 받고 있다. 건물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며, 반 지하 구조로 된 건물에는 이우환 화백의 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화화, 조각이 전시되어있다. 미술관 설계 시 건축가는 미리 이화백의 의견을 조율하여 작품이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회화, 돌 철판을 이용한 조각 등을 설치한 몇 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지추미술관
안도 타다오 씨가 설계한 지추미술관에는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그리고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자연광에 따라 작품이 변하는데. 건물 자체도 그림자가 생기면서 변한다. 미술관 앞에는 일본식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시리즈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특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시리즈는 나오시마를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빨간호박은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항 페리 선착장에서, 노란호박은 섬의 남쪽 베네세 하우스 입구 해변에서 만날 수 있다.
교통
나오시마 섬은 오카야마 현과 카가와 현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오카야마에서 갈 경우, 오카야마 역에서 우노역까지 JR로 약 60분 이동한 뒤, 우노역 가까이에 있는 우노항으로 걸어가 페리를 타고 약 20분 이동하면 나오시마 섬에 도착한다. 카가와 현에서 갈 경우, 다카마츠 항에서 페리로 약 60분(고속선은 약 25분) 이동하면 나오시마 섬에 도착한다.
-한국섬선교회 편집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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