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방문하여 보았던 필자가 출생했던 흑산도의 집터      예나 지금이나 예수 믿는다는 사실 자체가 고난이요, 가시밭길이다. 내가 태어나던 그 무렵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섬지방 흑산의 개척교회 교역자이던 아버님(朴道三 장로)의 생활 형편은 극심한 가난 속에서 교역자 자신이 직접 생활문제를 해결해야만 되었다. 선교사의 보조도 별로 도움이 못 되었다. 그러므로 살고 있는 집도 교회 사택이 아니라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지경이었다. 우리가 세 들어 사는 주인집의 아들이 어느 날 병이 들었다. 주인은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뭍의 목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동네의 무당에게 가서 점을 쳤다. 아이의 병이 귀신의 재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점괘가 해괴하게 나왔다. 세 들어 사는 셋방의 예수쟁이 때문에 병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런즉 아이의 병을 낫고자 하면 그 예수쟁이 가족을 쫓아내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주인에게 방을 비워 달라는 그 사연을 듣게 된 부모님은 간절히 기도를 했었다고 한다. 쉽사리 동네에서 얻을 방도 없었지만 만약 주인집 아들의 앓게 된 원인이 셋방 사는 우리 가족의 신앙 때문이라는 식으로 소문이 나면 전도의 문이 막히게 되고 우리 가족은 방을 얻을 수 없어 동네를 떠나야 할 것이었다. 그러므로 절대로 방을 비워 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셋방을 지키며 주인집을 설득해야만 되었다. 병의 원인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믿는 예수에 대해 시간 나는 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려 노력했으나 무당의 존엄성은 확고했고, 그의 점괘는 흔들릴 수 없는 확신이었다. 우리 가족은 끊임없이 방을 비우라는 압력과 협박 속에 온갖 모욕을 감수해야만 되었다. 오래 전 여름, 낙도교회 순회 때 흑산에서 그토록 고초를 당했던 그 생가(生家)를 찾아보았다. 자취조차 없어졌고 집터만 겨우 남아 있었다. 그나마 집터도 텃밭으로 일구어져서 채소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지나갔고 주인집 아들은 병이 나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토록 방을 비우라는 불같은 성화도 어느 정도 수그러졌다. 예수를 믿었기 때문에 남의 셋방살이조차 어려운 그런 시절이었다. - 박요한(한국섬선교회 ▼) 필자가 살았던 집은 없어졌고 그 윗집은 아직 그대로였으며(위), 아래 사진은 흑산도의 주 항구인 예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