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계곡면 성진 국민(초등)학교를 1932년에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와 지내던 중 1934년 3월, 순담 청년 성경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순담(淳潭)이란 말은 순창(淳昌)과 담양(潭陽)의 머릿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순창·담양은 비록 전북과 전남의 구분이 있으나 서로 이웃해 있는 가까운 사이다. 이 성경학원의 설립자는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인 타마자(打馬字) 목사로서 담양군 봉산면 양지리의 양지리교회 예배당을 교사로 쓰고 있었다. 당시 남장로교 파송 선교사들이 주로 광주·목포·순천·전주 등 도시의 경관이 좋고 살기에 편리한 곳에서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었던데 반해, 타마자 목사는 매우 독특한 방식의 선교활동을 펼쳐 인상적이었다. 그는 담양읍 백동리의 미례산 기슭에 있는 동산을 매입하여 주택을 짓고 살았던 것인데 그것은 말하자면 현장(現場)의 선교활동이라 할 수 있었다. 현지 주민들 속에 파묻혀 살며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현지인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가 고락을 함께 하겠다는 타마자 목사의 선교 이상은 오늘에도 귀중한 교훈을 펼쳐주는 것이라 본다.

그는 유태계 미국인으로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신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다음 곧바로 한국 선교사를 자원하여 나왔었다. 보통 유대인들이 개신교로 개종하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고, 더군다나 성직자로 일하게 되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타마자 목사는 선교활동에서나 신학적 입장에서나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개신교 선교사로서 큰 업적을 남긴 분이었다. 특히 전남노회의 재단법인 설립에 공로자이기도 하다. 순담 청년 성경학원에서는 성경을 비롯하여 성경개론, 설교학, 구약사기, 교회사, 조직신학, 영어, 개인전도학 등 요즘의 신학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과목을 가르쳤고, 강사진은 타마자 목사 내외, 원창권 목사, 허화준 목사, 양동혁 목사, 박동환 장로, 유기섭 목사 등으로 짜여져 있었다. 3년 동안 공부를 계속했고, 학생 대부분이 근로장학생으로서 수업시간 외에는 밭에 나가 일을 함으로써 학비를 면제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이 수십 명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1회 졸업생을 보면 배길수, 노덕양(召天), 양동석 등 3인에 불과했고, 2회 역시 필자를 비롯하여 김재구, 김만제 등 세 사람이었다. 타마자 목사는 학생들을 가르쳐 전도사로 배출하여 또한 철저한 자립정신을 심어 주어 농촌부흥을 꾀하고자 근로장학제도를 실시했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정신은 우리 교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도 잊을 수 없는 일이다. - 박요한(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