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자 선교사는 담양군 봉산면 양지리에 수만 평의 황무지를 사들였다. 대부분 모래로 뒤덮여 아무 쓸모 없는 땅으로 버려져 있던 것이었다. 그는 이 곳에 성경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전원 근로장학생으로 하여 이 황무지를 개간해 나갔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매일 같이 지게를 지고 모래를 져 날라 뚝(防川)을 쌓아 나갔다. 그것은 우리에게 견디기 힘든 중노동이었고, 이것을 견디지 못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어떤 어려움도 이기게 했다. 이 황무지 개간사업은 홍수 때 수해(水害)를 예방하는 일이 특히 중요했다.

당시 우리 학생들이 쌓아올린 제방(堤防)이 계속 그대로 남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경학원 제1회 졸업생인 배길수(배영한) 장로는 나중에 양지리교회 시무장로가 되었다. 타마자 목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는 가르치되 결코 공짜로 가르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스스로 일 해서 학비를 충당하도록 하는 자립정신을 심어 주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또한 관악대를 조직하여 훈련을 시켰다. 필자도 이 관악대 대원으로 트럼펫을 불었다. 우리는 북 치고 트럼펫을 불며 동네에 들어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전도대회를 열곤 했다. 이 관악대 전도는 대단히 효과가 있어서 특히 주일학교 발전에 단단히 한 몫을 하였다. 밤이 되면 우리는 환등기를 가지고 부락으로 나가곤 했다. 갖가지 장면을 보여주면서 전도 강연을 했다. 그 당시에 전기가 있을 리 없어서 요즘처럼 멋지게 잘 보이는 그런 환등기는 물론 아니었다. 카바이드를 연료로 하는 캔들을 켜서 비추는 지극히 조잡하고 원시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농촌에서는 활동사진(요즘의 영화)을 구경할 길이 없었으므로 이런 정도의 환등기도 대단한 구경거리여서 환등기를 비추는 초여름 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타마자 목사는 '타깍쟁이'라고 하여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근검절약을 했었지만 전도에 관한 한 그와는 반대였다. 우리 학생들에게 자전거를 한 대씩 전도용으로 사주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형편에 자전거를 자가용으로 마련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도시에서 거들먹거리며 사는 일본인들도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 때에 우리 학생들에게 전도용으로 자전거가 하나씩 생겼으니 우리 학생들의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으며 이곳 저곳 마을마다 전도를 다녔다. 청소년 시절의 그 자전거는 하나의 경이로움이었으며 자부심이었고,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가장 현실적인 증거물이었다. - 박요한(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