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은 그 순간 벼락같이 소리지르며 목검(木劒)으로 나를 내려쳤다. 진검(眞劍)이 아닌 목검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매우 기분 나쁜 것이었다. 그는 일본말로 상스러운 욕을 내뱉으며 나를 시멘트 바닥에다 꿇어 앉혔다. 나는 속으로 어쩌면 감옥살이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감옥살이보다 더한 고난과 핍박이 엄습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을 향한 지조에 변절이 있어선 안 된다고 자신을 향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몇 시간 뒤 일본인 서장은 무슨 생각이었던지 나에게 돌아가도록 지시했다. 최소한 감옥살이까지 각오했던 터라 다소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경찰서를 나섰다. 그 후 담양읍교회에서는 부흥사경회가 개최되었다. 허화준 목사님은 얼마간 유치장에 수감되었다가 풀려 나온 뒤였다. 이때 강사는 순천노회의 벌교읍교회에 시무 하던 김형모(金炯模) 목사였다. 김형모 목사는 순천 매산고 교장을 지낸 분으로 인격적으로나 목회에 본을 보인 훌륭한 선배 목사님이었다.
부흥사경회는 말씀중심으로 은혜롭게 진행되었다. 암담한 절망적 상황 속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고난의 시대였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기원하며 애굽의 핍박 하에 있던 이스라엘 민족의 운명과 어쩌면 그렇게도 흡사할 수 있었던가.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더욱 뜨거웠고 성령님의 충만한 은혜 속에 부흥사경회를 끝낼 수 있었다.
평양 신학교가 이미 1937년에 폐쇄되었고, 이어서 숭실대학과 숭의여학교 등이 신사참배 문서로 문을 닫았다. 뒤를 이어 각처의 기독교계 학교들이 폐쇄되었으며 담양읍교회에서 운영하던 광덕학원도 자진 폐쇄했다. 선교사들은 속속 본국으로 돌아갔다. 타마자 선교사도 연금상태에 있다가 자기 집과 전답을 한국인에게 맡기고 정든 한국을 떠났다.
해방 후 타 선교사는 잠시 한국에 나온 일이 있었고, 그의 아들 타요한 박사는 대전대학(뒤에 숭전대로 병합되었다가 현재는 한남대로 독립) 학장이 되어 일했다. 이 무렵에 전남노회 유지재단 이사장이 된 원창권(元昌權) 목사님이 장흥읍교회에 부임하면서 나를 초빙해서 나는 장흥읍교회로 가서 전도사로 시무하면서 재단법인 사무를 취급하게 되었다.
- 박요한(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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