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이야기(80)
	다 저녁 때 드디어 나홀의 성에 도착했습니다. 긴 여행이었습니다. 결과를 알 수 없어서 더 길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신붓감을 구하는 일이라 사뭇 긴장이 됩니다. 주인의 마음에 드는 소녀를 어떻게 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주인의 아들의 신부가 될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야훼께서 예비하신 주인의 아들의 신부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성 밖 우물가에 무거운 짐을 싣고 모래밭을 묵묵하게 걸어온 낙타들을 꿇렸습니다. 쉼 없이 입을 우물거리는 이 녀석들도 물 좀 먹여야 할 것 같습니다. 불붙는 것 같은 발바닥의 열기도 좀 식혀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인은, 75세에 떠나온 고향에 가서 아들의 신부를 데려오기를 원합니다. 주인은 나이 많아 늙었고 그래서 직접 먼 길을 오고 갈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 주인은 함께 야훼의 약속을 받았고 함께 아비 집을 떠나 나그네의 삶을 받아들였던 함께 믿음의 훈련을 받으며 함께 열방의 아비 되고 어미 된 아들의 재롱에 함께 웃으며 늙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믿음의 행진을 함께 한 아내를 잃었습니다. 주인의 슬픔은 지극했습니다. 주인에게는, 그때까지 가나안에서 죽은 자를 매장할 매장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막벨라 굴을 에브론에게서 상인이 통용하는 은 사백 세겔을 주고 삽니다. 이스라엘의 1번지, 가나안 땅 마므레 길 막벨라 굴 주인의 이름으로 된 처음의 땅, 오래 전에 주인의 야훼가 약속한 약속의 땅 거기에 주인의 아내를 장사지냈습니다. 주인은 점점 노쇠해져갑니다. 하루가 다르게 힘을 잃어갑니다. 이제 주인의 마지막 사명은 아들에게 아내를 얻어주는 것입니다. 주인의 믿음의 試金石이기도 했던 아들에게 야훼를 섬기는 아내를 얻어주는 것입니다. 그와 사라가 믿음으로 동행했던 것처럼, 이제는 아들이 그의 아내와 동행하기를... 야훼께서 약속한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이 땅 가나안에서가 아닌 떠나온 고향의 친척 중에서 며느리를 데려오고자 합니다.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되, 이 땅에 동화되지 않는, 야훼의 신앙으로 살아갈 며느리를 들이고 싶어 합니다. 주인의 야훼는 주인의 범사에 복을 주셨습니다. 주인이 받은 복중에 가장 큰 복은 백세에 얻은 아들입니다.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오늘 나에게 그 소녀를 순조롭게 만나게 해주소서. 성 안에서 여자들이 물 길으러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 우물곁에 서 있다가 한 소녀에게 물 한 모금을 청하겠습니다. 그 소녀가 나에게 물동이를 기울여 흔쾌히 물을 마시게 하고, 여기 있는 낙타들에게도 스스로 물을 먹이겠다고 하면 그 소녀가 바로 야훼께서 정하신 주인의 아들의 배필이라고 확신하겠습니다.‘ 다소 무모하고 황당해 보이는 기도일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아니면 제가 어떻게 그 소녀를 가려낼 수가 있겠습니까? -엘리에셀, 기도의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소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성 안에서 나옵니다. 아주 예쁜 소녀입니다.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반듯한 이마는 정숙해 보입니다. 거친 손은 소박해 보이고 날렵한 턱 선에서는 단호함이 보입니다. 물동이를 어깨에 멘 모습은 건강해 보이고 발걸음도 발랄하고 씩씩합니다. 소녀에게서 밝은 에너지가 넘쳐흐릅니다. 그 소녀가 우물로 내려가서 물동이에 물을 하나 가득 채워가지고 올라옵니다. 정중하게 물 한 모금을 청했습니다. 그 소녀가 얼른 어깨에서 물동이를 내리더니 물을 마시게 합니다. 시원하게 물을 마시고나자 그 소녀가 낙타들을 위해서도 물을 길어오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재빨리 물동이의 물을 구유에 붓고 다시 우물로 달려갑니다. 아, 이렇게나 빨리 응답하시는군요. 그 소녀가 낙타들이 먹는 물의 양을 몰랐을까요? -낙타 한 마리가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물의 양이 약 40리터, 배부르게 먹는 양은 100리터. 낙타가 열 마리(창24:10)나 되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을까요? -곱하기 열 번 그 소녀는 부지런히 우물로 오르내리며 구유에다 물을 길어다 붓습니다. 이마와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얼굴은 빠알갛게 상기되었습니다. 열 필이나 되는 낙타에게 열심히 물을 길어다 먹입니다. 그 소녀를 묵묵히 주목해서 보니 마음이 참 고운 소녀입니다. 짐승들의 목마름도 살필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섬기는 자세가 된 소녀입니다. 부탁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자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건강한 소녀입니다. 지친 기색도 없이 물을 길어옵니다. 그리고 부지런한 소녀입니다. 물동이를 메고 오르내리는 발이 아주 바지런합니다. 다른 사람의 필요에 민감한 소녀입니다. 나그네를 집으로 초청하는 아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 세겔 무게의 금 코걸이와 열 세겔 무게의 금 손목 고리 한 쌍을 그 소녀에게 주었습니다. -금 1세겔은 보통 11.4g, 금 1돈은 3.75g 그리고 뉘 집 딸인지 물었습니다. 그 소녀는 공교롭게도 내 주인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손녀입니다.(창11:29) 주인에게 사랑과 성실을 그치지 않으시는 야훼께서 주인의 동생 집으로 인도하십니다. 소녀의 오라비 라반의 환대를 받으며 주인의 동생 집으로 갑니다. 잘 차려진 식탁 앞에서 먹기 전에 먼저 여기에 오게 된 목적을 말합니다. -성실한 엘리에셀, 사명의식이 분명한 사람입니다. 가나안에서 야훼의 복을 받아 거부가 된 주인의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주인의 명령으로 주인 아들의 신붓감을 구하러 왔음을 이야기합니다. 성 밖 우물가에서 야훼 하나님께 했던 기도의 내용도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혼사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오라비 라반과 아버지 부두엘이 대답합니다. “리브가가 당신 앞에 있으니 데리고 가서 야훼의 명령대로 그를 당신의 주인의 아들의 아내가 되게 하라” 혼인이 성사되었습니다. 그 사람, 엎드려 야훼 하나님께 경배 드립니다. -엘리에셀, 예배의 사람입니다.
	이삭은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낙타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을 봅니다. 리브가도 이삭을 보았습니다. “들에서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주인의 아들입니다.” 리브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너울로 얼굴을 가립니다. 그리고 너울 속에서 살짝 이삭의 옆모습을 훔쳐봅니다. 엘리에셀의 성실함과 리브가의 친절함이 이 혼사를 성사시킵니다. -엘리에셀, 믿음이 가는 사람입니다. 야훼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어갈 이삭의 배필인 리브가를 하란에서 예쁘게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때가 되어 만나게 하십니다. 야훼께서 이 혼사의 婚主이십니다. 우리 집에도 예쁘게 큰 리브가가 있습니다. 지금 선유도는 정월 대보름 달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바닷물도 한 사리 가득 차오르고 있습니다. - 류순화(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