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선유도는 하얀 수선화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새벽에 아직 어둠이 마당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른 새벽에 교회로 오르는 계단 옆에 하얗게 무리지어 핀 수선화 향이 고요한 아침 공기 속에 사알짝 묻어있습니다. 멈추어 서서 수선화 향을 맡습니다. 그러면 내게서 하루 종일 수선화 향기가 날 것만 같습니다. 선유도에서 봄이면 피어나는 하얀 수선화를 보게 된 지가 어느덧 열여덟 해가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어린이날엔 선유도 아이들 중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보아온 아이가 남편의 주례로 결혼을 합니다. 눈빛이 맑은 아이였던 소년이 청년이 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까무잡잡했던 계집아이들이 빛나는 숙녀가 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 아이들의 슬픔과 기쁨들이 꿈과 절망들이 웃음과 눈물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때로는 아픔이 되기도 하고 격려가 되기도 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우리 곁에 수두룩합니다. 이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전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 한 예로 시를 쓰게 되었지요. 선유도의 아름다운 길과 나무들, 그리고 바다와 산, 그리고 봄이면 지천으로 피는 꽃들도 이 아이들이 없었으면 빛나지 못했을 겁니다. 제 삶 또한 풍성하지 못했을 겁니다. 선유도아이들이 있어서 전 행복합니다. 선유도아이들은 제가 시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류순화 ■  류순화 1960년 충북 제천 産 서울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남편 오흥덕 목사와 딸 은휘와 함께 선유도교회를 20년 가까이 섬기고 있습니다. 1986년 [기독교 교육]에 동시가 1987년 [크리스챤 신문]에 시가 당선 되어 시인이 되었습니다. 수필집「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와 묵상집「내 마음에 두신 기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