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생물들(10)

병어(Pampus argenteus)는 병어과의 물고기이다. 몸길이 60cm 가량으로 둥그스름한 마름모꼴의 몸 형태를 갖는다. 몸빛깔은 검은색을 띤 은색으로 금속 광택이 나는데 비늘이 떨어지면 몸의 등쪽은 청회색, 배쪽은 흰색이 된다. 주둥이는 뭉툭하고 양턱에 아주 작은 이가 있으며, 머리 바로 뒷부분에 물결 무늬가 있다. 발라먹기도 편하며 겉보기보다 훨씬 살이 많다. 하도 살이 많아 요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육질이 꽤 부드러운 편이라 잘 부스러진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의 낫 모양 부분 앞끝과 꼬리지느러미 상하 양 옆의 앞끝은 어릴 때는 뚜렷하게 길지만 성장하면서 짧아진다. 등지느러미는 5~10가시, 38~43여린줄, 뒷지느러미는 5~7가시, 34~43여린줄로 되어 있다. 난해성 외양 어류로 동중국해에 특히 많다. 몸길이는 약 60㎝에 이른다. 자랭이에서 덕자까지 크기에 따라 명칭이 달라 작은 순서대로 자랭이, 병치, 병어, 덕자병어(돗병어) 등으로 분류한다. 병어는 큰놈일수록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것은 ‘자랭이’, 어른 손바닥만 한 것은 ‘병치’라 이른다. 조금 큰놈이 ‘병어’다. 이보다 큰놈은 ‘돗병어’라 한다. 돗병어의 ‘돗’은 돗새치·돗돔처럼 큰 생선 앞에 붙이는 접두사다. 50㎝는 넘어야 돗병어로 친다. 지느러미가 크고 돛처럼 생긴 병어도 돗병어라 한다. 60cm 이상 큰 병어를 ‘덕자’ 병어라고 한다. 병어보다 더 ‘두껍고’ 더 각이 졌다. 맛이야 말할 나위 없지만, 가격이 좀 나간다. 덕 덕(德) 자에 놈 자(者)를 쓰는 것은 덕이 많은 생선이란 뜻이다. 병어는 입이 작고 배를 따서 보면 내장도 얼마 안 된다. 그런데 썰어 놓으면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뼈·지느러미 빼고는 다 먹는다. 살아 있을 때 제 배는 곯아도 죽어서 사람한테는 많은 걸 남기는 생선이 바로 병어다. 그래서 예부터 어부들이 큰 병어를 ‘덕자’라 불렀다고 한다. 아마 이런 대접을 받는 생선은 병어뿐이다.

병어의 크기에 따라 자랭이, 병치, 병어, 그리고 제일 큰 것을 덕자(오른쪽)라고 부른다. 덕이 많은 생선이란 뜻으로 크기와 빛깔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Butter Fish 병어는 뽀얀 젖빛 흰 살이다. 몸매가 육감적이다. 살결이 곱고 부드럽다. 맛이 담백하다. 비린내가 거의 없다. 버터처럼 고소하고 감칠맛이 새록새록 난다. 서양 사람들이 ‘버터피시(butter fish)’라고 부르는 이유다. 병어는 입이 ‘뛰뛰’하다. 보자마자 ‘뿅’이나 ‘쭁’ 글자가 떠오른다. 너무 작아 귀엽고 깜찍하기까지 하다. 어른 얼굴에 아이 입이 달렸다면 적절할까. 왜 입 작은 사람을 ‘병어주둥이’라고 하는지 끄덕여진다. 입 큰 사람은 ‘메기입’이라고 부른다. 대구(大口)입이라고 안 해서 다행이다. 이종수 시인은 노래한다. ‘병어보고 대구한테 시집가라 했더니/마냥 좋으면서도 아-쫑 해서 입이 조그맣고/대구는 좋아서 에헤헤 해갖구 입이 커졌단다’ 갯벌과 모래가 산란장 난해성 어류로서 우리 나라의 서·남해와 동지나해, 남일본에 많이 분포한다. 외양성 어류이나 6월경에 산란을 위하여 내만으로 들어오며, 때로는 하구까지 들어온다. 병어는 대륙붕의 수심 100m이내에 많다. 산란기는 4-8월이며, 연안의 수심 10-20m인 모래 바닥에 알을 낳는다. 갑각류·다모류 등을 먹고 살며, 큰 것은 몸길이가 60cm 정도이다. 난류성 어류인 병어는 갯벌에서 알을 낳고 초가을에 먼 바다로 향한다. 겨울엔 통영 주변 바다에서 월동한다. 식도락가들이 봄여름엔 신안, 목포, 인천산, 겨울엔 통영산을 알아주는 것은 이래서다. 통영산은 육질이 단단하지만 담백한 맛이 떨어진다. 목포, 인천산은 그 반대다. ‘명품’ 병어는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잡은 것을 친다. 병어는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면 서해로 올라와 봄과 여름에 산란을 하고 가을에 내려간다. 서해안에 젓새우, 갯지렁이 등 병어가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하고 갯벌과 모래가 적절하게 섞여 산란하기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병어는 여름이 제철인 생선이다. 산란기(5~8월)를 앞두고 지방을 몸에 비축하기 때문이다. 회 마니아들 사이에선 ‘봄 도다리, 여름 병어, 가을 전어, 겨울 방어’란 말이 통용된다.

병어는 버터처럼 고소하고 감칠맛이 새록새록 난다. 서양 사람들이 ‘버터피시(butter fish)’라고 부르는 이유다.

고서에 나타난 병어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에는 경기도와 전라도 몇몇 지방의 토산물로 병어(兵魚)가 실려 있다. 따라서 수 백 년 전부터 병어를 어획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난호어목지 蘭湖漁牧志」에는 이를 창(鯧)이라 하고, 서·남해에서 나는데 그것이 지금의 병어라고 하며, 호서의 도리해(桃里海)에서 많이 난다고 하였다.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도 ‘편어(扁魚) 속명 병어(甁魚)’라는 것이 실려 있는데, 등과 배가 불쑥 나와 그 모양이 사방으로 뾰족하고, 길이와 높이가 거의 같고 입이 극히 작다고 묘사하고 있다. 또 그 맛이 좋고 뼈가 연하여 회·구이·국에 좋다고 하였다. 회와 조림 등으로 인기 식재료로서의 병어 특징은 살이 연하고,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병어는 구이, 조림, 찜, 회 등으로 조리한다. 병어는 담백하면서도 비린내가 별로 나지 않는 생선이므로 깻잎에다 싸서 먹으면 어울린다. 깻잎에 병어 회 두세 점을 싼 다음에 된장을 버무리고, 여기에다 마늘 한 쪽을 넣고 입안에 털어 넣으면 '사는 게 이만하면 되었다' 하는 맛이 느껴진다. 병어 한 마리 가지고 시들어가던 일상의 의욕을 회복하면 이것 또한 남는 장사 아닌가! 뼈째 썰어 먹을 때의 꼬소롬한 맛이 일품이다. 막된장에 찍어 깻잎에 싸먹어야 찰떡궁합이다. 매옴한 풋고추와 얇게 저민 마늘을 곁들이는 것은 기본. 씹으면 씹을수록 쫀득쫀득 차지다. 노릇노릇 구워 먹으면 밥도둑이다. 기름 자르르, 김 펄펄, 고슬고슬 무쇠솥밥에 병어구이 한 점 올려 먹으면, 맴이 그만 오사바사해진다. 병어조림엔 햇감자가 딱이다. 무는 익었을 때 이빨이 푹푹 박히는 느낌이 좀 그렇다. 칼칼한 양념 국물이 질척거리는 것도 거슬린다. 울퉁불퉁 햇감자 두툼하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퉁퉁한 병어 한두 마리 칼집 넣어 자작자작하게 조려 내는 게 안성맞춤이다. 처음엔 가스불을 작게, 그 다음엔 중간불로 뭉근하게 비위를 맞춘다. 다 조려지면 그 위에 쑥갓 한줌 얹는다.

병어는 살이 연하기도 하지만 뼈마저 부드러워 횟감으로 사용할 때 통채로 썰어 먹는다. 지방이 적어 담백하므로 구이와 조림, 찜 등으로도 인기가 높다.

다이어트와 원기회복에 효능 병어는 대구, 복어 같은 흰살 생선이다. 그러나 지방이 붉은살 생선 못지않게 풍부하다. 지방 함량은 5g으로 대표적인 흰살 횟감인 넙치, 조피볼락보다 높다. 기름진 생선으로 통하는 삼치, 방어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붉은살 생선처럼 비리지 않고 흰살 생선 고유의 담백한 맛을 지녔으며, 다행히도 지방의 60% 이상은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다. 병어는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여성에게 효과적인 생선이다. 또한 비타민 B1, B2가 풍부해 원기회복에도 효능이 있다.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