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생물들(6)

미역도 아닌 것이 미끌미끌하고, 감태나 파래도 아닌 것이 가늣하다. 김도 아닌 것이 맑은 물에서만 살며, 멍게도 아닌 것이 향긋한 냄새를 솔솔 풍긴다. 바로 매생이를 두고 하는 소리다. 매생이는 겨울바다 찬물에서 햇살만 먹고 자란다. 그러다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삼베바지 방귀 새듯 사라진다. '생생한 이끼를 뜯는다'의 순 우리말이기도 한 매생이는 짙은 녹색의 가는 뭉치 때문에 사람에 따라 처음엔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맛과 향이 독특하여 친근감을 갖게 한다. 막 끓인 뜨거운 매생이는 겉으로 봐선 김이 많이 안 나오는데다 섬유가 촘촘해서 그냥 훅훅 불기만 해선 열이 거의 식지 않기 때문에 멋모르고 듬뿍 집어 먹었다간 입천장이 벗겨지기 일쑤이다. 미운 사위에게 딱 어울리는 음식일 것이다. 원래 귀한 몸 매생이 몸값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있다. 김 양식장에서 생겨난 것을 버리기 아까워 먹었던 잉여 생산물이었다고 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그래서 전남 해안지방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만화 식객 에피소드에 한 번 다뤄지고 난 직후 갑작스러운 인기를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는 김 품질 나빠진다고 바다에 염산을 뿌려서 일부러 없애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조선시대에 장흥의 전공 품이었다는 것으로 봐서는 예부터 귀한 몸값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그 당시 운반 보관이 쉬운 편이 아니어서 널리 퍼지지 못했고, 생산량이 많지 않아 인접 해안지방에서만 소비가 이루어졌을 뿐이라고 한다. 어쨌든 현재는 남도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탐내는 별미임에 틀림없다.

'생생한 이끼를 뜯는다'의 순 우리말이기도 한 매생이는 짙은 녹색의 가는 뭉치이며, 맛과 향이 독특하여 친근감을 갖게 한다.

감태, 파래와 다르다 겨울 들녘에 보리밭이 있다면 바다에는 검푸른 바다풀 오형제가 있다. 김, 미역, 파래, 감태 그리고 매생이이다. 이들 중 검은빛의 김과 긴 가닥의 미역은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파래와 감태, 매생이는 쉽지 않다. 갈조류에 속한 감태는 매생이와 색깔이 다르다. 파래와 매생이는 나란히 초록색을 띠고 있는데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굵기가 다르다. 파래는 굵고 매생이는 가늘다. 매생이는 영락없는 푸른 빛깔 명주실이다.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1758~1816)은 어류도감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매생이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르고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매생이와 감태와 파래는 굵기에서 차이가 있다. 감태(사진 왼쪽)는 약간, 파래(가운데)는 많이 매생이(오른쪽) 보다 굵다.

청정지역에서만 자란다 매생이는 청정 해역의 조간대(만조 때 수중에 잠기는 부분에서 간조 때 노출되는 곳까지) 상부에서 자라는 갈파랫과 해조류로, 매년 12~2월에만 생산된다. 겨울 동안 번성하다 4월부터 쇠퇴한다. 지형적으로 조류가 완만하고 물이 잘 드나드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역에서 잘 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완도, 부산 등 남해안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매생이 채묘는 수심 2m 깊이의 바다에 대나무 발을 박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매생이 포자가 붙기를 기다렸다가 물때에 따라 작은 배를 타고 나가 손으로 매생이를 훑어내는 방식이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물길의 흐름이 매생이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며, 채묘 역시 ‘물을 아는 사람’이 더 잘하게 된다. 염산이나 오염물질이 있으면 매생이는 쉽게 죽는다. 절대로 염산을 쓰면 안 된다. 유기산을 써야 한다. 매생이가 무공해 식품인 이유이기도 한다.

매생이는 청정 해역의 조간대 상부에서 자라는 해조류로서 매년 12-2월에만 생산된다.

성장기 어린이와 혈관질환에 도움 매생이는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환경오염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폭풍 등으로 인해 바닷물이 조금만 탁해져도 눈에 띄게 생육이 저하되고 염산이 조금만 닿아도 죽는 대표적인 무공해 식품으로 우주식량으로 지정될 만큼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다른 해조류처럼 매생이에는 칼슘, 요오드와 같은 무기염류가 풍부하고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수분과 단백질, 탄수화물도 함유하고, 영양성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골다공증이 우려되는 주부, 혈관질환이 우려되는 성인 남성, 심신이 허약한 노인 모두에게 매생이를 권장한다. 또한, 매생이는 미역보다 20배 이상 많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성장기의 어린이들, 빈혈있는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어느 기관에서는 '숙취극복' 수산음식 5선에 매생이, 굴, 낙지, 바지락, 김을 추천한 바 있다. 부드럽고 시원한 매생이 국에 굴과 함께 끓이면, 아미노산을 간에 공급함으로써 지친 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고 각종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해 간에 영양공급은 물론, 위궤양 진정효과까지 있어 매생이와 굴은 숙취해소를 위한 최고의 만남이 된다. 매생이는 점성을 가진 알긴산을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체내 과도한 나트륨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며, 녹색의 엽록소 성분은 세포재생과 조혈작용에 효과가 있다.

매생이는 국이나 죽, 그리고 전으로도 인기가 높지만 매생이 향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요리는 생으로 무쳐 먹는 매생이 무침이다.

매생이 국이나 죽에 굴을 넣으면 금상첨화 매생이국은 술꾼들 속풀이로 그만이다. 여기에 생굴을 넣으면 금상첨화다. 매생이국은 ‘물이 좀 적다 싶게’ 되직하게 끓여야 한다. 아무리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끓이다 보면 처음엔 검푸른 색이지만, 다 익으면 녹색으로 바뀐다. 바로 그때가 불을 끌 시점이다. 너무 오래 끓이면 풀어져 향이 없어지고, 녹아버린다. ‘덖는다’는 기분으로 끓여야 향긋하다. 전자레인지 사용은 절대 금물, 국물이 온 사방으로 튄다. 매생이 굴전 역시 겨울철 별미로 즐기기 좋은 음식. 밀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에 깨끗하게 씻은 매생이를 넣은 뒤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한 숟가락씩 올린다. 다음으로 매생이 반죽이 완전히 익기 전에 굴을 얹으면 매생이 굴전이 완성된다. 단, 굴을 얹을 때 굴과 반죽이 맞닿는 부위에 밀가루를 살짝 묻혀야 굴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매생이 죽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매생이를 채반에 넣고 흐르는 물에 헹군다. 2)쌀을 씻은 후 1시간 정도 불린다. 3)불린 쌀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절구를 이용해 쌀을 으깬다. 4)냄비에 불린 쌀을 넣고 볶은 뒤 쌀의 수분이 증발할 때쯤 물(1/3컵)을 붓는다. 5)센 불에서 4의 과정을 세 번 반복한 다음 물을 넣고 끓인다. 6)죽이 끓기 시작하면 손질한 매생이를 넣고 중불로 줄인다. 7)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간을 맞춰 마무리한다. *주의:매생이는 깨끗한 물에 서식하는 천연재료이므로 살짝만 헹궈 조리한다. 매생이 죽에 굴을 넣으면 더욱 건강한 보양식으로 거듭난다. 매생이 굴죽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매생이 죽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쌀을 불린 후 절구에 으깨준다. 그 다음 으깬 쌀과 굴을 냄비에 넣고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면 된다.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