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생물들(2)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 다시 돌아온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말.'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전해 오는 속담 중 생선 하나를 두고 이처럼 다양한 맛을 비유한 경우가 전어 외에 또 있을까 싶다. 청어과에 속한 전어는 때에 따라 맛차이가 많이 나는 생선이다. 산란기인 봄에서 여름까지는 맛이 없지만 가을이 되면 체내에 지방질이 차면서 맛이 매우 좋아진다. 정약전의 [현산어보]에서도 전어에 대한 평가를 빠뜨리지 않는다. "큰 몸은 한 자 정도이다.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른색을 띠고 있다. 기름이 많으며, 달콤하고 깊은 맛이 난다. 흑산에도 간혹 나타나지만 맛이 육지 가까운 데 것만은 못하다." 돈을 아끼지 말고 사라 전어라는 이름은 여러 종류의 한자로 표기된다. [전한]에서는 錢魚, 全魚, 剪魚로.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서는 錢魚로, [현산어보]에서는 箭魚라고 나와 있다. 조선 후기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족과 천민이 모두 좋아했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적고 있다. 예로부터 둥글고 까만 점을 돈 무늬라고 표현했다. 돈 모양으로 둥글게 썰어 말린 호박고지를 돈고지라 하고, 동전 무늬를 가진 말이나 표범을 각각 돈점박이, 돈범으로 부르는 것을 보면 전어를 돈고기라고 부르는 것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전어는 화살 전(箭)‘ 자를 써서 '箭魚'로 소개되기도 한다. 납작하고 유선형으로 생긴 몸꼴이 화살촉을 닮은 데다, 급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빠르게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대전어, 엿사리, 새갈치, 빈즈미, 되미, 뒤애미, 엽삭, 전애 등의 방언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어는 우리 나라 연안 어업을 대표하는 어종 중의 하나이지만 특히 사천(삼천포)을 중심으로 한 남해지역에서 전국 어획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가을에 맛이 오르다 전어는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다. 남쪽에서 겨울을 보낸 후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여 연안의 기수역에서 산란한다. 알은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연안에서 부화된 치어들은 여름을 보내면서 성장하는데, 가을이 되면 몸길이가 20센티미터 전후로 자란다. 물낯 가까이나 가운데쯤에서 무리 지어 살며, 바다가 잔잔할 때는 '쩍쩍'하는 소리를 내면서 등지느러미를 물 밖에 내놓고 헤엄쳐 다닌다. 가을 전어가 유명세를 치르는 것은 봄에 비해 지방질이 새 배 이상으로 많아져 맛이 고소하기 때문이다. 늦가을이 되어 물이 차가워지면 깊은 곳으로 모여들어 겨울을 난다. 1903년에 간행된 [한해통어지침]에서는 전어가 우리나라 연해에 널리 분포하는데 상당히 많이 잡히며 가덕도, 거제도, 진해, 고성 연해에서도 어장과 대부망에 적지 않게 혼획된다고 기록했다. 이로써 전어잡이 어업이 조선 말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유지되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전어는 우리 나라 연안 어업을 대표하는 어종 중의 하나이지만 특히 사천(삼천포)을 중심으로 한 남해지역에서 전국 어획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전어가 가을철에 맛이 뛰어나듯 생선은 1년 4계절 가운데 맛이 좋은 철이 따로 있다. 이 시기를 제철이라고 부른다. 맛이 좋은 시기는 산란기와 관계가 있다. 어패류는 산란을 앞두고 먹이 활동이 활발해져 몸에 영양분을 비축한다. 가을철 대표 주자로는 전어를 비롯하여 고등어, 낙지 등을 들 수 있으며, 봄은 도다리를 비롯하여 방어, 삼치, 학꽁치 등이 대표적이다. 여름은 농어, 돌돔의 계절이며, 겨울은 복어, 조피볼락, 굴, 넙치 등이 입맛을 자극한다. 아가미 뒤의 검은 반점 하나가 특징 전어는 몸길이 15-30cm 정도에 옆으로 납작한 모양이다. 등지느러미 끝 부분에 지느러미줄기 한 가닥이 실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몸 빛깔은 등 쪽이 청색, 배 쪽은 은백색이다. 꼬리지느러미는 누렇고, 몸 옆면 위쪽의 각 비늘 중앙에는 1개씩의 검은 점이 띠처럼 배열되어 있다. 가슴지느러미 부분에는 뚜렷한 검은 반점이 하나 있다. 전어는 몸이 납작하고 배와 등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이 붕어를 닮았다. 비늘은 푸른색이다. 가느다란 털이 등에서 나와 꼬리에 이르기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해마다 입하 전후에 물가에 와서 진흙을 먹는데, 어부들은 그물을 쳐서 이를 잡는다. 전어는 성미가 급하다. 횟집 수족관에 들어 있는 전어를 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가뜩이나 성질이 급한 전어가 좁은 수족관으로 옮겨왔으니 그 답답함이 오죽할까? 이 급한 성미로 인해 수족관으로 옮겨지기 전 단계인 캄캄하고 답답한 어선의 어창 속에서는 하루를 넘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날 잡은 전어는 그날 바로 횟집으로 수송해야 한다. 이로 인해 높은 파도로 조업이 어려운 날은 공급량이 모자라 시중에서 전어 값이 크게 뛰어 금값이 된다. 어민들이 가을 한철 동안 전어잡이 전쟁을 치르다 보니 이제는 '錢魚'가 아니라 '戰魚'가 된 꼴이다.

전어의 몸 빛깔은 등 쪽이 청색, 배 쪽은 은백색이다. 꼬리지느러미는 누렇고, 몸 옆면 위쪽의 각 비늘 중앙에는 1개씩의 검은 점이 띠처럼 배열되어 있다. 가슴지느러미 부분에는 뚜렷한 검은 반점이 하나 있다.

소변기능을 돕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 전어회는 숙취를 제거하고,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일반 성분은 전어 100g 중 수분71g, 단백질25g, 지방2g, 회분2g으로 이루어져 있고 120㎉의 열량을 내며, 지방이 2%밖에 되지 않아 식이요법은 물론 다이어트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기능을 돕고 위를 보호하고, 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잘 붓고 팔다리가 무겁고 소화력이 떨어지는 중, 장년층에게 가장 좋은 보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전어는 우유보다 칼슘의 함량이 2배정도 많기 때문에 뼈째 썰어 회로 먹으면 잔뼈에 들어있는 다량의 칼슘을 섭취하게 되어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한다. 더욱이 전어 뼈 속의 칼슘은 체내 흡수가 용이한 인산칼슘이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전어의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전어는 어떻게 하든 맛있다. 회로 먹거나 조림이나 무침으로 먹어도 좋다. 구이는 그중 제일일 것이다.

회와 구이는 물론 밤젓으로도 인기 남부 지방에서 전어는 가장 인기 있는 횟감이다. 맛이 약간 비리고 잔가시가 많아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을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전어를 비늘만 벗겨낸 채 잘게 썰어 잔뼈와 함께 오랫동안 씹다 보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깊게 우러나 전어를 깨에 비유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어는 구워 먹어도 맛이 좋다. 전어를 굽다보면 이 물고기가 기름이 많은 생선임을 알게 된다. 지글거리는 소리도 미각을 자극한다. 전어는 어떻게 하든 맛있다. 횟집에서는 전어를 주문하면 세꼬시로 요리할지 물어본다. 세꼬시는 뼈를 바르지 않고 뼈째로 막 썰어 낸다는 뜻의 일본말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렇게 뼈째 썰어 장만한 전어회는 살과 함께 잔뼈가 입속에서 아삭아삭 씹혀 전어를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전어밤젓도 유명하다. 전어의 위는 모래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밤’이라고 부른다. 숭어와 전어처럼 뻘을 먹는 물고기들은 위가 닭의 모래주머니처럼 변형되어 있다. 이 밤을 따내어 담은 젓을 전어밤젓이라고 하는데 씹는 맛이 독특한 데다 담백한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이 외에 조림, 튀김, 회초밥, 탕수육, 무침 등 여러 전어 요리를 상세히 기술한 홈페이지 하나를 소개한다. * 제철 전어 7가지 요리법 ▼ 고소한 깨소금을 뿌린 전어 축제 여름에 열리는 경남 삼천포를 시작으로 가을로 접어들면서 충남 보령 무창포, 서천 홍원항, 전남 보성 회천, 강진 마량, 광양, 장흥, 부산 명지시장, 경남 하동군 섬진강, 마산 등에서 전어 축제가 열린다.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서 가까운 마도는 전어의 주산지답게 전어잡이 할때 부르는 '마도 갈방아 소리' 비가 세워져 있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