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생물들(3)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가 높은 해산물 중 하나가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다. 날것을 잘 먹지 않는 서양인도 예로부터 굴만은 생식으로 즐겨 왔다. 연체동물인 굴은 굴과나 진주굴과에 속하는 해산 이매패류 또는 학명이 크라소스트레아 기가스(Crassostrea gigas)인 굴과의 한 종이다. 참굴류는 수 천년 이전의 시대부터 식용으로 양식되었고, 진주굴 또한 그들이 만들어내는 진주 때문에 오랫동안 귀하게 여겨왔다. 한자로는 모려(牡蠣)·석화(石花)·여합(蠣蛤)·모합(牡蛤)·여(蠣)·호려(蠔蠣) 등으로 표기한다. 굴이 식용으로 이용된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서, 우리 나라에 분포되어 있는 선사시대의 패총에서 가장 많이 출토된다. [동국여지승람]에도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0고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으로 미루어 굴은 우리 나라 연해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즐겨 먹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형태에 관하여 [전어지]에서는 조석이 드나드는 곳에서 돌에 붙어살며 울퉁불퉁하게 서로 맞붙어서 방과 같다고 하였고, [자산어보]에서는 "길이가 한 자 남짓하고 두 쪽을 합하면 조개와 같다. 생김새는 일정하지 않고 껍데기는 두꺼워 종이를 겹겹이 발라놓은 것 같다. 바깥쪽은 거칠고 안쪽은 미끄럽다."라고 하였다. 껍데기 두 개를 가진 이매패류 흔히 굴은 껍데기가 하나뿐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두 개의 껍데기를 가지는 이매패류이다. 굴은 이동하는 유생기를 지나면 딱딱한 대상물에 석회질을 내뿜어 고착 생활에 들어간다. 이때 한쪽 껍데기가 하나뿐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모양새가 바위에 피어 있는 꽃처럼 보였던지 굴을 두고 석화라 불렀다. 정조가 굳은 여인을 '굴 같이 닫힌 여인'이라 부른 것과, 입이 무거운 남자를 일컬을 때 '굴 같은 사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굴이 한쪽 껍데기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어 잘 떼어 낼 수 없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검은 회색빛을 띤 두 장의 패각도 자세히 보면 모습이 서로 다르다. 상판은 모양이 볼록하여 가장자리보다 중앙부위가 높다. 반면 바닥이나 다른 딱딱한 표면에 고정되어 있는 하판은 상판보다 크기가 크며 가장자리가 더 부드럽고, 다소 납작하다. 또한 양쪽 패각 모두 내면이 희고 매끄럽다. 패각은 끝부분의 탄력성이 있는 접번인대에 의해 서로 부착된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근육은 인대가 잡아당기는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여 패각이 닫히도록 한다. 패각은 다소 열려 있는데, 작은 머리카락 모양 구조인 섬모들의 파동운동에 의해 물을 빨아들인다. 그 양은 1시간에 7.6~11.4ℓ 정도로, 물 속에 있는 작은 유기물 입자들을 걸러내어 먹이로 이용한다.

굴은 바위에 핀 꽃과 같다 하여 석화라고 불린다. 굴을 수확한 이후의 굴밭은 더욱 그렇다.

바다의 우유 생굴에는 수분이 79.6％, 단백질 10.0％, 지방 3.6％, 탄수화물 5.1％, 회분 1.7％가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 A·B1·B2·C와 나이아신 등이 함유되어 있다. 굴은 우리 몸에 유익한 식품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우유 못지않게 높은 단백질 함량과 더불어 뇌기능을 활성화시키는 DHA와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다. 철분도 많아 빈혈 예방에도 좋다. 소화도 비교적 잘돼 환자 건강식으로도 식탁에 오르고 있다. 칼슘 함량이 높고, 흡수율도 빠른 편이어서 성장기 아이의 두뇌 발달 및 성장발육에 좋다. 특히 레몬과 함께 섭취하면 레몬의 아스코르브산이 굴에 많이 함유된 철분의 흡수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굴에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혈압을 안정시켜 불면증, 신경쇠약을 완화해준다. 또 굴에 풍부한 타우린은 천연 피로해소제다. 타우린은 간 기능 개선, 뇌세포 보호, 지방대사 촉진 등을 도와 수험생의 정신집중과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압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는 성분이다. 최근 실험 결과 아연은 생체 내 200여 종이나 되는 효소의 활성 성분으로 각종 대사과정이나 반응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연은 면역력을 강화해줄 뿐 아니라 과도한 면역반응을 늦추고, 염증의 양을 제한해 면역체계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정액에 많이 들어 있는 아연 성분이 풍부하다는 것은 남성 호르몬의 활성에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굴을 먹어라. 좀 더 오래 사랑하리라'라고 예찬하기도 한다. 굴은 남성에게만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굴에는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는 성분이 있어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얼굴색을 좋게 한다. 그래서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라는 우리 속담이 구전된다.

굴에는 우리 몸에 유익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다. 칼슘 함량도 높고, 흡수율도 빨라 성장기 아이의 두뇌 발달에도 좋다.

세월따라 달라진 굴 양식 방법 우리 나라에서 굴양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정확한 자료는 없다. 1908년경의 조사에 의하면, 광양만 내의 섬진강 하구에서 일부 양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의 양식방법이 어떠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돌이나 패각 같은 것을 바다에 던져넣는 방법인 바닥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1908년 이후부터는 일본인에 의해 영산강 하구와 송전만 등에서 양식업이 시작되었다. 양식방법은 주로 소나무·대나무 등을 세우는 홍립식(篊立式)이었고, 1930년대에 이르러는 수하연을 수직으로 매달아 양식하는 수하식(垂下式)이 개발되었다. 수하식은 수면을 입체적으로 이용하므로 생산성이 높고 굴의 질도 좋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굴양식업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고 1950년대에 이르러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광복 이후 김 수출의 격감으로 곤경에 빠진 김 양식 영세어민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에서 굴 생산의 증대를 위한 조장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식방법도 1950년대 말부터는 뗏목수하식 방법을 사용하여 생산성을 크게 높였으며 1960년대에는 연승수하식 방법도 개발하였다. 1970년대는 수하식 굴양식업의 성숙기로, 통영을 중심으로 남해안에서 급속도로 발달하였다. 굴의 종류도 여러가지 굴과에는 많은 종류가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 나는 주요 종류는 생굴·바위굴·강굴 등이다. 양식종인 생굴은 둥근 형에서부터 가늘고 긴 형에 이르기까지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며, 전연안에 분포한다. 난생형으로 늦봄이나 여름에 산란된 알은 바닷속에서 수정된 뒤 2, 3주일간 부유생활을 하고 곧 부착생활로 들어간다. 만 1년이 되면 성숙하여 어미가 된다. 생굴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굴이다. 경남 통영과 고성, 거제, 마산,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매년 10월부터 늦게는 이듬해 4월 말까지 4만t 이상이 생산된다. 이는 전국 생굴 생산량의 80~90%. 이 굴은 모두 수하식굴로서 굴을 바다에 늘어뜨려 양식하는 방식이다. 통영굴은 모두 고성만 굴목장에서 자란다. 수산 당국에 허가를 받아야 양식할 수 있다. 이젠 한려수도 굴양식장이 포화상태. 당국이 더 이상 양식장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한번 바다로 나오면 4~5t 따 온다. 현장으로 가는 배를 여기선 '뗏목선'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자동 채굴기를 통해 따낸 굴을 집어넣어둔 500㎏쯤 되는 망을 뗏목선으로 옮겨주는 리프터가 장착돼 있다. 국내의 수하식굴 산업은 1960년쯤 시작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조간대가 넓은 서해안에서 투석·지주식으로 주로 키웠는데, 이 수하식이 남해에 들어오면서 굴 주산지가 바뀌었다. 양식의 시작은 굴을 종착시키는 조가비 엮는 작업부터다. 굴은 6~8월 산란을 한다. 때를 맞추어 조가비를 엮은 줄을 바다에 내리는데, 이를 '채묘(採苗)'라 한다. 채묘한 굴은 두 번째 겨울에 수확된다. 깐 굴의 크기는 보통 8g 이상, 큰 것은 12g 정도. 인종 종패장에서 가져온 종패를 매달아 키우는 양식줄을 지탱하는 가로 밧줄 길이는 200m. 40㎝ 간격으로 6.5m 줄에는 굴 종패 25~26개가 붙는다. 굴이 바닥에 빠지지 않게 스티로폼 부표를 단다. 굴은 2년 정도 키워야 경매장에 나올 수 있다. 서해안 굴은 바위굴이라고 하는데 굴이 바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며 모두 자연산이다. 바위굴의 메카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 천북 굴단지이다. 그래서 서해안 굴이 '천북굴'로 불린다. 여긴 통영과 달리 수하식이 아니고 직접 바위에 붙은 굴을 쪼아 속을 캐내는 방식이다. 아낙네들이 갈고리(조새)로 물이 썰물 때 나가며 갯뻘이 드러나는 시간부터 다시 물이 들어오는 시간까지 일한다. 어리굴젓 생산지로 유명한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에는 11월 중순부터 익년 봄까지 굴수확으로 무척 바쁘다. 간월도 굴은 표면에 털 모양의 돌기가 많아 양념이 골고루 배 김장용이나 어리굴젓용으로 인기가 높다. 매년 초봄쯤 통영 수하식굴이 마무리 출하될 때쯤 전남 광양 섬진강 끝자락 망덕포구의 '강굴'(일명 벚꽃굴)이 만개한다. 강굴은 꽃을 따라 올라간다. 채취 시간도 그렇지만 판매 루트 역시 꽃이 피었다 지는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광양에 매화꽃 피고, 하동에 벚꽃 만개하면 직접 와서 사 먹는 사람이 많다. 강굴은 수심 3∼4m 강바닥 돌에 붙어산다. 강굴은 크기가 일반 굴의 10배 이상. 어른 손바닥보다 크고, 어떤 것은 직경 30㎝ 이상이다. 강굴은 재첩처럼 해수와 담수 사이인 섬진강의 끝에서만 자란다. 채취는 2월에 시작해 4월에 끝을 맺는다. 강굴을 세상에 알린 것은 20여 년 전 이 포구 운영호의 선장 이성면씨. 그는 원래 잠수부였다. 여수에서 물질을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하고 고향인 망덕포구로 돌아왔다. 먹고살기 위해 다시 물에 들어갔다. 거기서 묘하게 생긴 굴이 있어 술안주로 먹었는데 입소문이 났다. 강굴은 물의 염도에 아주 민감하다. 망덕포구 인근의 염도는 16∼18%. 더 올라가면 강굴에는 치명적이다. 섬진강댐 공사로 염도가 높아진 지금, 강굴이 완전히 자취를 감출 날도 멀지 않은 느낌이다. 염도와 온도가 적당하면 며칠 밤에 5㎝ 이상을 훌쩍 자란다. 갑자기 자라면 그 흔적이 굴 껍질에 나이테로 새겨진다. 이 외에 삼천포 갯벌소굴, 고흥 소굴, 거제도의 통굴 등이 있다.

수하식굴과 바위굴 그리고 강굴과 조새다(시계 방향). 조새는 굴까는 연장으로 바위굴 채취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가을부터 살이 오르기 시작해 겨울에 가장 맛이 좋다 굴은 껍질을 까서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요리해서 먹기도 하며, 통조림이나 훈제 또는 냉동식품으로도 먹는다. 그런데 굴이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제철은 있다. 영국 속설에 '달 이름에 r 자가 없는 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며 여름철 굴로 인한 식중독을 경계했다. 기온이 높아지면 채취한 굴의 변질이 빨라지는 탓이다. 그러나 요즘에 와선 겨울철 채취한 굴을 급속 냉동시켜 보관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사계절 모두 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굴은 생으로 많이 즐기는데 이때 레몬즙을 뿌려 먹는 것이 좋다. 레몬의 비타민 C가 철 성분의 흡수를 돕고 타우린의 손실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굴을 구입하고 싶다면 살의 패주가 뚜렷하게 서 있는지 그리고 살이 둥그스름하고 통통하게 부풀어 있는지를 확인할 일이다. 굴은 민물이 닿는 순간부터 상하기 시작하므로 껍데기를 제거하고 살만 비닐봉투에 해수와 함께 보관해 2일 이내에 먹어야 한다. 좀 더 오래 즐기고 싶다면 해수를 담은 비닐봉투째 냉동실에 얼렸다가 자연 해동해 먹으면 된다.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는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어리굴젓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소금을 약간 뿌린 굴에 고춧가루를 섞어서 얼간으로 담가 삭힌 젓"으로 되어 있다. 얼간은 '소금에 조금 절이는 간'으로 보통 7% 수준이다. 결국 어리굴젓은 소금을 약간 쳐서 짜지 않게 간을 한 굴젓이라는 뜻이다. 단단하고 작은 굴이 아니면 제대로 된 어리굴젓이 어렵다. 전남 서남해안지역의 진석화젓은 소금이 굴 양의 30% 정도로 어리굴젓과 비교하여 좀 짜다. 20일쯤 숙성하면 굴에서 국물이 나온다. 이를 받아 물을 부어가며 달인 후 삭혀 굴젓에 다시 붓고 또 삭힌다. 1~3년 둬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진석화젓과 어리굴젓은 전혀 다른 음식이다. 영양 굴밥도 인기다. 굴밥의 특징은 쌀을 안칠 때부터 재료를 전부 넣고 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밤과 버섯, 당근, 굴을 쌀과 함께 안친 후 대추, 호두, 은행을 밥 뜸 들일 때 넣는 것이 포인트다. 신선한 굴을 구입하기 위해선 빛깔이 너무 희지 않고 탱탱한 것, 맛을 보았을 때 바닷물 특유의 짠맛이 남아 있으며, 밝고 선명하여 색깔은 유백색이며 광택이 있는 것, 굴 가장자리에 붙은 검은 테두리가 짙고 선명한 것을 골라야 한다. 굴요리를 소개한 홈페이지 몇 개를 추천한다. 1)굴요리▼ ㅣ 2)굴요리▼ ㅣ 3)굴요리▼ ㅣ 4)굴요리▼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

굴은 생굴 자체만으로도 맛이 있으며 구이라든지 영양밥 그리고 굴전과 젓갈로도 즐겨 먹는다(위). 굴밭에서 일하는 분들의 삶을 보여주는 동영상 한 편을 소개한다. 한국섬선교회에서 제작한 3분 59초의 뮤직비디오이며 그 중에서 몇 장면을 뽑은 사진이다(아래). 모정(영상항해일지p.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