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생물들(5)

대구는 입과 머리가 크다 해서 '大口'라 이름 지어졌으며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그래서 200-300m 깊은 바다에서 산다. 질병과 추위에 강하며, 잡식성이다. 물 밑바닥에서 떼 지어 살며 입을 벌린 채로 헤엄치면서 입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치운다. 새우, 고등어, 청어, 멸치, 오징어, 게 따위를 잡아먹는다. 입이 큰 만큼 먹성이 좋아서 바닥에 깔린 돌멩이까지 꿀꺽꿀꺽 삼킨다. 몸길이는 50-60cm이고 큰 것은 1m가 넘기도 한다. 머리와 입이 크고 위턱이 아래턱보다 길다. 아래턱에는 짧은 수염이 하나 나 있다. 등은 잿빛 밤색이고 배는 흰색이다. 등지느러미는 세 개, 뒷지느러미는 두 개로 나뉘었다. 꼬리지느러미는 자른 듯 반듯하다. 대구는 다른 이름도 많다. 크기가 작으면 '보렁대구', 알을 배면 '알쟁이대구'나 '곤이대구', 소금에 절여 말리면 '약대구', 내장을 빼고 그대로 말리면 '통대구'라고 한다. 동해에 살면 '동해대구', 서해에 살면 '황해대구'라고 한다. '눈 본 대구요, 비 본 청어다'라는 말이 있다. 대구는 눈이 와야 많이 잡히고, 청어는 비가 와야 많이 잡힌다는 말이야. 한겨울이 돼서 바닷가 얕은 물이 차가워지면 알을 낳으러 깊은 바다에서 올라와, 경북 영일만과 경남 거제 앞바다로 많이들 몰려든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대구를 잡는다. 서해 깊은 바다 찬물에도 대구가 산다. 「동국여지승람」에 적고 있듯 대구의 본고장은 남해 가덕만과 진해만 일대이다. 이곳에서 잡히는 가덕대구는 고려 시대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 왔던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었던 만큼 옛날부터 궁중의 진상품으로도 빠지지 않았다. 조선 정조 때 간행된 '공선정례(貢膳定例)'는 각종 진상품의 목록을 적은 책인데 건대구, 반건대구, 대구어란해(알젓), 대구고지해(이리젓) 등이 포함돼 있다.

크기가 작으면 '보렁대구', 알을 배면 '알쟁이대구'나 '곤이대구', 소금에 절여 말리면 '약대구', 내장을 빼고 그대로 말리면 '통대구'라고 한다. 동해에 살면 '동해대구', 서해에 살면 '황해대구',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종 대구는 연어와 같은 회귀성 어류이다. 가덕 해역에서 태어난 새끼 대구들은 북태평양으로 가서 자란 후 산란기인 겨울철이면 알을 낳기 위해 한류를 따라 동해를 거쳐 남해 쪽으로 내려오면서 암놈은 알을 배고 수놈은 정액 덩어리인 이리가 차게 된다. 산란기인 12월에서 1월께에는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찾아들어 암놈 한 마리가 200여만 개의 알을 낳는다. 진해만과 영일만은 대구의 산란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회귀하는 대구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자 가덕대구는 어지간해서는 맛볼 수 없는 귀한 몸이 되었다. 당시 한 마리당 30-40만 원을 호가할 정도였으니 '금대구'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후 대구 회귀율을 높이기 위해 관계 당국과 어민들이 꾸준히 수정란 방류 사업을 벌이고 1월 한 달간 금어기를 지키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이 결실을 보아서인지 2000년대 들면서 남해안으로 회귀하는 대구 개체수가 늘게 되었다. 그런데 대구라 해서 모두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는 냉수대에 갇혀 토종화하였는데, 크기가 가덕대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외대구라 부른다.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으로 대구의 회귀경로를 밝히는 연구가 시작됐다. 국립 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는 최근 대구의 서식 수온과 회귀경로 등을 알아내기 위해 소형 전자표지표(Pop-up archival tag)를 부착한 대구를 거제도 외포 앞바다에서 방류했다. 전자표지표는 어류의 몸체에 부착해 어류의 행동양상 등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무선 발신 장치다. 방류한 대구의 회귀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표지표(tag)가 달린 대구와 어획장소 등 관련 정보를 연구소에 알려주거나 대구를 찾아 신고하면 사례금을 지불키로 했다고 한다(전화 051-720-2296).

'자딘 박물학 총서'에 수록된 윌리엄 라이저스의 대구 판화

성인병 예방과 간 해독작용 대구는 예로부터 보신이 되는 생선으로 이름을 날려 왔다. 「동의보감」에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고 기(氣)를 보충한다'고 설명돼 있다. 그래서인지 산모의 젖을 잘 나게 하는 음식으로도 많이 쓰였다. 대구가 보신식이라는 것은 산모는 물론 노인이나 어린이의 건강식으로도 유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구살이 연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대구는 한대성 심해어종으로 바다 깊이 살면서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살점이 연하고 소화도 잘된다. 지루성 두피와 대구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한방에서는 지루성 두피에 좋은 식품으로 주저 없이 대구를 꼽는다. 이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라는 대구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루성 두피 등 피부 관련 질환자들의 식이요법에서는 보통 육류 섭취를 제한한다. 그러나 무조건 육류를 먹지 않다보면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피부의 자가복원이 늦어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각종 염증이 더욱 악화된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며 영양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바로 흰살 생선인 대구의 단백질이다. 또 대구에는 야맹증을 예방하는 비타민A와 몸의 신진대사에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B복합체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비타민B1은 치매 등 각종 뇌질환을 예방해줄 뿐 아니라 각기병, 멀미, 어지럼증 등을 예방해준다. 또 비타민B2는 설염이나 구내염, 질염 등 각종 염증을 예방한다. 니아신은 피부에 좋은 비타민인데 펠라그라 등의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 같은 비타민 성분 때문에 대구 알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대구 알에는 보다 많은 양의 비타민B1과 B2가 존재한다. 대구 알의 비타민B1 함량은 0.66㎎, 비타민B2 함량은 0.59㎎으로 살점에 비해 각각 5배, 4배다. 니아신 함량 역시 12.7㎎으로 대구 살점보다 5배 더 많다. 대구의 간에서 추출한 기름인 간유(肝油)도 요긴하게 쓰인다. 간유에는 비타민 A·D가 풍부하고, 간유 1g에는 비타민 A가 1천～1만IU나 들어 있다. 대구는 숙취 후 해장용 식재료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는 대구에 풍부한 필수아미노산 때문이다. 대구에 많이 함유돼 있는 글루탐산은 암모니아와 젖산대사를 촉진시켜 피로해소를 돕는다. 또 타우린 성분은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의 각종 성인병 예방은 물론 간장의 해독 작용을 도와 숙취해소에 좋다.

「동의보감」에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고 기(氣)를 보충한다'고 설명돼 있어서인지 대구는 산모의 젖을 잘 나게 하는 음식으로도 많이 쓰였다. 그외 각종 비타민과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겨울철 건강식으로 유용 대구는 한대성 심해어종으로 바다 깊이 살면서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아서 살점이 연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소화가 잘 돼서 산모는 물론, 노인이나 어린이의 건강식으로도 사용한다. 정부인 안동장씨(1598~1680) 장계향이 쓴 「음식디미방」에도 대구를 이용한 음식이 소개되고 있다. "대구어 껍질을 삶아 가늘게 썰어 무친 것을 '대구껍질채'라 했고, 대구껍질과 파를 길게 묶어 초간장에 찍어 먹는 것을 '대구껍질강회'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구껍질로 이처럼 솜씨를 부렸으니 그 살코기는 오죽 했겠는가. 노산 이은상(1903~1982) 시인의 대구예찬도 대단하다. 생(膾)으로 먹고, 말려(乾) 먹고, 국(羹)끓여 먹고, 전(煎)부치고, 달여(湯) 먹고, 구워(燔) 먹고, 포(脯)도 뜨고, 김치에까지 넣어 먹는다고 했다. 흰살 생선인 대구는 지방 함량이 1백g당 0.4g으로 붉은살 생선보다 적어 맛이 담백하다. 또 글루탐산, 글리신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이 난다. 그래서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애용됐고, 산모의 젖을 잘 나오지 않을 때도 대구탕을 먹게 했다고 한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약간 기름지기도 한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대구 대가리를 삶는 것은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대구 본고장 사람들은 "생대구를 쓰느냐, 냉동대구를 쓰느냐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라고 말한다. 국물에 맛이 배게 하려고 오래 끓이면 생대구는 육질이 부드러워지지만 냉동대구는 맛도 잘 우러나지 않고 육질이 질겨진다는 것이다. 대구회를 처음 맛본 이들은 대부분 "도대체 맛을 모르겠다"고 한다. 기름기가 별로 없어 특별한 풍미가 느껴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계속 씹다 보면 달라진다. 씹을수록 고소한 쌀밥 맛이 난다. 이는 풍부한 아미노산 때문이다. "성질 급하면 대구회 맛을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일부 미식가는 5일가량 말린 대구를 회로 먹기도 한다. 말리는 동안 아미노산이 더 많아져 맛은 좋아지고 육질은 부드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쇠고기를 며칠간 공기 중에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드라이 에이징'과 같은 원리다. 생대구찜 맛을 아는 사람은 이를 잊기 힘들다. 소쿠리 속 생대구 위에 된장과 마늘·고추 양념을 얹어 한 번 찐 뒤 미나리와 야채를 얹어 두 번 더, 모두 세 번을 쪄낸다. 그래야 간이 살 속 깊이 배어든다고 한다. 찌는 데만 40분 넘게 걸려 만약 식당에 가려면 예약이 필수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면 나올 때까지 하세월이다. 이래저래 대구는 쉽게 제맛을 보기 힘든 생선인 셈이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약간 기름지기도 한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겨울철 건강식으로 대구만한 생선이 없다.

근육조직이 연해 생대구가 좋음 대구는 흰살 생선 중에도 가장 빛나는 하얀색을 지녔고, 지방은 0.3%에 불과하며 단백질이 18%로 유별나게 높다. 대구를 말리면 수분이 증발해 80%의 단백질이 농축된다. 건어물로 대구가 인기인 비결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대구 주산지인 경남 거제시 외포항에서는 대구를 말려 건대구로 만드는 작업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둣가 햇볕이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내장을 빼고 나무꼬치로 꿴 대구가 널려 있다. 생대구로 다 팔지 못하면 건대구로 만들어낸다. 건대구를 쪄서 양념 간장을 찍어 먹으면 생대구에선 맛볼 수 없는 졸깃한 맛이 살아난다. 코다리찜과 비슷하다. 속살의 기분 좋은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는 젓갈 원료로도 유용하다. 아가미젓, 내장젓, 알젓, 고니젓 등은 예로부터 즐겨 먹어온 전통 발효식품이다. 김치에 싸서 조리한 대구찜도 먹음직스럽다. 새하얀 대구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근육조직이 너무 연해 선도(鮮度)가 빨리 떨어진다는 것인데, 따라서 가능한 한 냉동을 하지 않고 생대구를 먹는 것이 좋으나 부득이한 경우 급랭해야 한다. 냉동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에서 수분이 빠져 퍼석퍼석하게 돼 맛이 급격히 떨어진다. 산란기의 대구는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맛이 좋지만, 산란이 끝나고 북양으로 돌아간 대구는 기름기가 빠져 맛이 떨어지므로 겨울철이 제철이다. 대구를 시장에서 구입할 때는 눈이 맑고 투명하며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것이 신선하다고 보면 된다. 또 배 부위를 눌렀을 때 팽팽하고 탄력이 있어야 하며, 아가미가 선홍색인 것이 좋다. 대구와 관련한 인터넷 두 곳을 소개한다. 1) 책 「대구」(마크 쿨란스키 지음) ▼ 2) 우리나라 최대의 대구 주산지 경남 거제 외포항 ▼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