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생물들(4)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 중 방언과 속담을 가장 많이 가진 것을 들라면 숭어가 으뜸이다. 살모치, 모쟁이, 뚝다리, 모그래기, 모대미 등 평북 어용도에서 경남 봉암도까지 각 지방별로 부르는 방언 이름이 대충 잡아도 100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름수만으로 따지면 으뜸이다. 숭어는 크기에 따라 이름도 붙여진다. 제일 작은 숭어는 모치, 참동어, 손톱배기, 4년 정도 자란 숭어는 댕가리, 딩기리, 무구력으로 불린다. 7년 정도 자라면 숭어라 부른다. '3월엔 숭어 눈 어둡다' 등 해학적인 내용을 전하는 속담에서부터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개흙만 훔쳐 먹어도 달다',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 '숭어 껍질에 밥 사먹다 집 판다' 등 식담을 소재로 한 속담에 이르기까지, 숭어는 오랜 세월을 두고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해 왔다. 일본에서도 숭어는 애도 시대에 성게, 해삼 창자젓과 함께 천하의 3가지 별미로 평가받을 만큼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강과 바다를 오가는 습성 숭어는 강과 바다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사는 물고기지만 은어처럼 강 상류까지 거슬러 가지는 않는다. 겨울철 바다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무리를 지어 연안으로 몰려와 강이나 저수지에서 보낸다. 이후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에는 민물을 떠나 바다로 내려가는 시기인데 이때가 바로 청년기에 속한다. 추운 겨울에는 깊은 바다로 내려갔다가 봄이 되면 떼를 지어서 염분농도가 낮은 강어귀로 몰려온다. 강에서 바다로 나가거나,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올 때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강과 바다의 소금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삼투압을 조절하는 연습을 미리 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중 생활이 가능한 물고기로 은어나 연어, 웅어와 뱀장어 등이 있다. 숭어는 강바닥 펄을 삼켜서 그 속에서 숨은 새우나 갯지렁이나 바닷말 따위를 먹는다. 썰물이 되어 갯벌을 자세히 살펴보면 숭어의 입술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숭어는 마치 높이뛰기 선수처럼 수직으로 높이 도약하는 습성이 있어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화살처럼 쏜살같이 뛰어올라 몸을 옆으로 누이며 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높이 뛰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으며 쉽게 놀라거나 기생충을 털어내기 위해서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바다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무리를 지어 연안으로 몰려와 강이나 저수지에서 보낸다.

백가지 물고기 가운데 으뜸 숭어라는 이름은 뛰어난 물고기라는 뜻이다. 숭어에 '숭상받을 숭(崇)' 자를 붙인 것은, 미끈하고 큼직한 몸매에 둥글고 두꺼운 비늘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기품 있어 보이는 데다, 금상첨화로 맛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숭어는 수어(秀魚)로도 불렸는데 그 모양이 길고 빼어났기 때문이다. 조재삼의 「송남잡지」에는 숭어의 이름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기록돼 있다. 복숭아꽃 피는 계절에 대부도에서 그물로 숭어를 잡았는데 이것을 맛 본 중국 사신이 이름을 물어 통역관이 '수어(水魚)’라고 하자 사신이 '水魚가 아닌 물고기도 있느냐'고 비아냥거리며 반문하는 것을 통역관이 재빨리 '백가지 물고기 가운데 가장 뛰어나 수어(秀魚)라고 한다'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의심이 많고 민첩하다 숭어는 눈과 귀가 밝다. 사람 그림자만 비쳐도 재빨리 내뺀다. 그래서 밤에 숭어를 잡을 때는 불빛을 죽이고, 그물을 내릴 때도 말 한마디 안해야 한다. 「자산어보」에 정약전 선생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검은색을 띠고 있지만 배는 희다. 눈은 작고 노란색이다. 성질은 의심이 많고 위험을 피하는 데 민첩하다. 헤엄을 잘 치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기도 잘한다. 사람의 그림자만 비쳐도 급해 피해 달아난다. 맑은 물에서는 여태껏 낚시를 문 적이 없다. 물이 맑은 곳에서는 그물에서 열 걸음쯤 떨어져 있어도 그 기색을 금방 알아챈다. 완전히 그물에 걸린 놈들도 뻘 속에 온몸을 파묻고 숨어서 한쪽 눈으로 그 동정을 살핀다. 흙탕이나 흐린 물이 아니면 잡으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의 그림자만 비쳐도 급히 피해 달아나고, 그물에서 열 걸음쯤 떨어져 있어도 그 기색을 금방 알아챌 정도라면 숭어의 예민함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약전 선생은 이런 숭어를 두고 '의심이 많은 성질'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리고 흙탕이나 흐린 물이 아니라면 아예 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점잖게 조언한다. 이런 조언은 숭어잡이에 매번 실패했던 경험이 아니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라. 숭어를 놓치고 허망하게 서 있었을 정약전의 허탈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물고기 중에 단연 최고라는 뜻으로 '수어'라고 한다는데 재빠르기로도 으뜸이다.

두 이름, 숭어와 가숭어 숭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이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 어류 대도감」과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는 '숭어'와 '가숭어'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그냥 '숭어'가 있다. 몸길이는 80cm쯤 되며, 몸통은 둥글고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하다. 등은 푸르스름하고 옆구리와 배는 하얗다. 두꺼운 비늘이 가지런히 나 있고, 비늘에는 까만 점이 몸통을 따라 쭉 나 있다. 눈에는 기름꺼풀이 덮여 있다. '가숭어'가 또 다른 종류다. 숭어보다 몸집과 몸 비늘이 더 크다. 몸길이가 1미터 넘는 것들이 흔하다. 가숭어는 숭어보다 입술 둘레가 붉고 위턱이 아래턱보다 길다. 서해에 많이 살며, 양식어종 대부분이 가숭어이다. 이 두 종류가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점이 눈과 꼬리에 있다. 눈을 싸고 있는 동그란 노란띠가 있으면 가숭어(없으면 숭어), 꼬리 갈라진 각도가 깊으면 숭어(뭉뚱하면 가숭어)다. 산란시기가 다른 것도 차이점이다. '숭어'는 12월~2월이고 '가숭어'는 5월~6월이다. 맛이 좋은 시기가 서로 다르다. '숭어'는 2-6월, 그래서 보리 필 무렵에 맛있다는 숭어가 여기에 속한다. '가숭어'는 겨울에 제일 맛있다. 공통적으로 여름에는 맛이 없다. 오죽하면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제부터는 숭어를 잡는 섬이나 해안, 특히 해산물을 파는 시장으로 가보자. 눈에 노란 띠가 둘러쳐 있다고 해서 덥석 가숭어라고 했다간 큰일 난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참숭어지요'라며 면박을 맞을 게 뻔하다. 사실 참숭어라는 이름은 없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답은 '모를 일'이다. 다만 추측만 할 뿐인데, 예로부터 서해안에서는 뻘을 먹고 자란 가숭어 맛을 숭어보다 더 높이 쳐서 '네가 진짜 숭어다!'라는 뜻으로 가숭어를 숭어 혹은 참숭어라고 불러 왔던 것이다. 겨울철 시장에 쏟아져 나온 숭어는 거의 가숭어다. 다른 숭어가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맛을 내는 독보적인 존재다. 만약 숭어를 사러 시장에 간다면 상인에게 묻지 말고, 먼저 노란 동그라미가 눈 주변에 있는지, 두터운 눈꺼풀과 얼음물로 식별하기가 어렵다면 다음으로 뭉뚱한 꼬리 부분을 보면 된다. 상인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살얼음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가격 흥정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물고기 이름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숭어뿐만 아니다. 물고기 이름에 혼동이 있는 것은 저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을 기준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바다엔 무수한 기준과 환경이 있다. 가숭어를 (참)숭어로 바꿔 부른 데서 표준어와 같은 어느 하나의 고정된 기준을 내세우지 말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숭어'와 '가숭어' 감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눈에서 노란테가 있으면 가숭어(사진 왼쪽), 몸통에서 하얀 백색이 두드러지면 숭어(사진 가운데), 꼬리 갈라진 각도가 깊으면 숭어, 뭉뚱하면 가숭어다(사진 오른쪽).

숭어잡이 주산지 몸속에 사람의 인기척을 단번에 알아채는 무슨 감지 센서라도 달려 있을 것만 같은 이 민첩한 물고기를 쉽게 잡는 방법은 없을까? 숭어는 다른 어류와 달리 지방질 눈꺼풀을 두르고 있는데, 겨울이면 그 눈꺼풀이 아주 두꺼워져서 시력이 거의 맹인 수준에 가까워진다. 시력을 잃어버린 숭어는 수온이 상승하는 봄까지는 할 수 없이 반 장님으로 지낼 수밖에 없다. 이때를 노려 그물을 던지면 숭어를 쉽게 잡을 수 있다. 허풍 같지만 옛날엔 도리깨로 깨를 털 듯 숭어를 막대기로 마구 때려잡기도 했다. 그때 막대기에 얼얼하게 얻어맞은 바다 빛은 깻잎처럼 시퍼랬을 것이고, 그렇게 잡은 숭어는 깨알처럼 고소했을 것이다. ‘깨숭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숭어잡이는 역시 어렵다. 시력을 회복한 이 민감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선 물고기 귀에 들리지 않도록 숨소리조차 낮추는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 숭어잡이의 대표적인 장소 몇 곳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무안 도리포 '도리포 숭어'의 쫀득쫀득 한 맛, 무안 5미 중 겨울을 대표하는 맛으로 일품이다. 겨울철을 맞아 해수 온도가 떨어지고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면 무안에는 도리포 연안에서 갓 잡아 올린 숭어를 찾는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겨울이니 만큼 이때 숭어는 '가숭어', 하지만 현지 사람들은 '참숭어'라고 부른다. '겨울 숭어는 뻘만 먹어도 달디 달다'고 할 정도로 한 겨울에 나오는 도리포 숭어회는 맛이 좋다. 갯벌에는 고기들이 먹는 영양분이 풍부한 규조류가 많아 이를 두고 도리포 어민들은 '겨울철 숭어는 뻘을 먹는다.'고 말한다. 썰물이 되어 갯벌을 자세히 살펴보면 숭어의 입술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음을 볼 수 있다. 무안의 겨울 숭어는 해제면 도리포를 비롯하여 현경면 월두마을, 운남면 신월리 등에서 숭어가 많이 잡힌다. 이곳은 청정갯벌지역이다. 갯벌습지 보전지역 1호로 지정된 그야 말로 청정해역이다. 이곳에는 지주식 김발이 형성되어 숭어의 먹이도 풍부하다. 김 지주식 김 발아래에 숭어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무기산을 사용하진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만큼 무안의 갯벌이 청정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전남 무안지역에서 맛 볼 수 있는 '숭어 창젓'은 자연산 숭어의 내장을 인근의 염전에서 나온 천일염으로 염장한 젓갈로 또 다른 별미로 잘 알려져 있다.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산 숭어는 '숭어 창젓'을 담을 수 없다. 부산 가덕도 가덕도 숭어는 국내 유일의 재래어로 방식인 '육소장망(六소張網)어로법'으로 잡는다. 160여 년 역사를 가진 이 어로법은 매년 4, 5월 대항항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때 잡히는 숭어는 가숭어가 아닌 '숭어'로서 많을 땐 3000여 마리를 잡기도 한다. 숭어가 지나가는 길목에 배들을 띄워 놓고, 산중턱 높은 곳에 올라가 숭어 떼의 이동 상태를 관찰하는 망지기 어로장의 신호를 기다린다. 망지기 어로장은 파랗던 물이 검게 변하고, 잔잔하던 물결이 볼륨감 있게 일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몇 시간이고 온 신경을 바다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 뜬 물수리가 발톱을 감추고 먹잇감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와 유사하다. 배들 역시 귀 밝은 숭어 떼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동력도 끈 채 어로장의 깃발 신호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물수리의 발톱이 좌악 펴지듯 망지기의 깃발이 올라가면, 배들이 전력을 다해 나아가며 숭어 떼 주위를 그물로 빙 둘러싼다. 동시에 배에 있던 어부들은 대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수면을 때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겁 많은 숭어 떼가 소리 나는 반대쪽을 향해 몰리다가 그물에 걸려들게 된다. 숭어의 생태를 십분 활용한 이 고기잡이 방법은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에서도 수 천년이 지난 최근까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 가덕 숭어는 다른 지역의 숭어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면서 향긋한 맛이 일품. 가덕도는 낙동강 물과 바닷물이 만나 영양소가 풍부한 천혜의 어장이며, 물살이 세고 물이 맑아 갯벌지역에서 잡히는 숭어에 비해 육질, 맛, 향에서 모두 월등하다.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된 특산물이기도 하다. 육질의 콜라겐은 피부탄력에도 좋아 건강식품으로도 인기다. 봄 숭어를 두고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에도 숭어 비늘 국 한 사발 마시면 정승 보고 이놈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진도 울돌목 해남과 진도 사이의 해협, 거친 물살을 이용해 왜적을 무찌른 역사의 장소,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치른 바로 이곳이 물반 숭어반으로 변하는 시기가 봄부터 초여름까지이다. 이곳 울돌목엔 따뜻한 남해에서 겨울을 지낸 숭어떼가 난류를 따라 서해로 이동한다. 울돌목을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떼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뜰채를 이용해 건져 올리는 숭어잡이는 3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색 고기잡이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때 잡히는 숭어는 보리 수확철에 잡히는 ‘숭어’다. 거센 물살을 가르고 올라온 만큼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하다. 서천 월하성 해역 충남 서천군 서면 월하성 해역은 숭어가 잘 잡힐 요소를 고루 갖춘 곳이다. 본래 숭어는 해수와 담수가 섞인 연안의 뻘 지형에서 서식한다. 월하성은 금강하구가 가까운데다 뻘밭이 기름져 사철 어패류가 넘쳐난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다. 때문에 월하성마을 사람들은 조업을 마치면 아예 배를 경운기로 끌어 뭍에 올려놓는다, 물때를 맞춰 조업을 나갈 때에도 경운기가 동원된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비록 장화차림이라지만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들어 허리춤까지 적셔야 한다. 1월 중순 부터 시작된 월하성 마을의 숭어 잡이는 2월까지 이어진다. 그때가 지나면 '가숭어' 살이 물러져서 상품이 못되는 까닭에 더 이상 그물을 치지 않는다. 겨울철은 농어가 맛나다고 하지만 이곳 갯가사람들은 농어 보다 겨울 숭어를 더 쳐준다. 초겨울 어린 숭어를 '모치', 한겨울엔 '동어'라 부르며 회중의 으뜸으로 친다. 숭어는 개흙(뻘)속의 미네랄도 먹는데, 산란기를 즈음한 겨울시즌 먹이활동을 중단한다. 따라서 특유의 냄새와 쓴맛이 사라져 겨울철 횟감으로 제격이다. 그 외 서해 바닷가에서는 밀물 때 그물을 세워 놓았다가 썰물에 빠져나가는 숭어를 잡는다. '삼마이' 그물이라고 하는데 바닷물이 물러나면 마치 빨랫줄에 옷 널려있듯이 벽처럼 세워진 그물코에 숭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동해안 영덕에서는 훌치기라 하여 낚시 바늘을 여러 개 묶어 지나가는 숭어의 몸통을 낚아채는 방식이다.

(시계 방향으로) 1)도리포 숭어잡이 어선, 2)부산 가덕도 재래 어로 방식 3)서천 월하성 해역 숭어잡이, 4)진도 울돌목 뜰채 숭어잡이

각종 숭어 요리 숭어는 회로 가장 유명해 횟감용 활어로 대부분 판매되고 있다. 하얀 속살에 붉은색을 띤 숭어회는 쫀득쫀득하고 찰지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옛날 평양에서는 숭어로 국, 찜, 양념장구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었다고 하는데 그중 대동강 숭어국은 평양냉면과 함께 평양을 대표하는 요리였다. 토실토실한 숭어알을 춤숯에다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숭어알 석쇠구이가 되며 숭어알무침도 맛있다. 어란밥은 무쇠솥에 쌀과 무를 깔고 그 위에 어란을 올린 후 짓는 밥이다. 숭어도 여느 물고기처럼 뱃살부위가 맛나다. 하지만 큼직한 머리는 살이 없다. 어두육미의 대표격인 도미와는 반대다. '고양이가 숭어 머리를 훔쳐 갔다가 하품만 했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다. 숭어는 찜으로도 맛있다. 특히 작은 숭어의 경우 은박지에 싸 구워서 간장에 찍어 먹으면 일품이다. 고소한 구이, 깔끔한 맑은 탕, 얼큰한 매운탕 모두 맛있다. 전골이나 조림, 숭어미역국은 입맛을 돋우는 봄철식단 메뉴로 그만이다. 숭어김초밥, 숭어탕수육, 숭어만두, 숭어미트볼은 어린이용으로도 좋다. 숭어는 덩치 크고 힘 넘치는 물고기답지 않게 입이 작으며 플랑크톤 같은 부유물과 새우, 갯벌의 유기물을 먹고산다. 감탕(부드러운 진흙)을 먹는 습성이 있어 장과 연결된 위(胃)의 출구 즉 유문(幽門)이 발달했다. 툭 나온 유문은 닭 모래주머니와 비슷하다. 온갖 먹이를 진흙과 함께 게걸스럽게 먹은 후에 걸러낸 것을 체외로 내보내는 숭어의 배출기관이 닮아도 사람 배꼽과 너무 닮았다. 보통 '숭어밤'이라고 한다. 숭어는 이런 '밤'이 있어 오염된 해역에서도 잘 살 수가 있다. 숭어의 1미(味)가 배꼽(밤)이다.

붉은 색을 띤 숭어살은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사진 왼쪽). 깔금한 맑은 탕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사진 오른쪽).

감칠맛의 핵폭발 '어란' '어란'이라는 음식이 있다. 숭어알이나 민어알을 소금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다시 간장에 담근 후 꺼내 말린 것이다. 숭어와 민어가 많이 잡히는 서남해안 일대에서 이 음식을 만든다. 제조 과정이 번잡해 귀한 음식에 든다. 어란은 겉이 말라 있어 건어물로 여기지만, 젓갈로 봐야 한다. 생선알을 소금물과 간장에 담갔다가 꺼내 말리는 과정에서 젓갈처럼 숙성한다. 그런데 어란 숙성은 일반 젓갈과는 그 질이 다르다. 물기가 없는 건조숙성이기에 여느 젓갈보다 감칠맛 농도가 높다. 건조숙성에 더해 어란의 감칠맛을 절정으로 이끄는 또 하나가 간장이다. 어란은 간장에 담갔다가 꺼내 숙성을 하는데, 어란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간장은 콩 단백질을 숙성해 얻는 양념으로 그 자체로 감칠맛이다. 여기에 생선알을 담갔다가 숙성시키니 감칠맛이 크게 증폭된다. 그러니까 어란은 바다와 땅의 감칠맛이 결합한, '감칠맛의 핵폭발'을 일으킨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자연에서 나는 음식 가운데 어란 만큼 강렬한 감칠맛을 내는 것은 없다. 그래서 어란은 얇게 썬 뒤 앞니로 잘게 조금씩 씹어서 맛을 즐겨야 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입안에 넣으면 감칠맛이 너무 강해 오히려 맛을 느끼지 못한다. 어란 가격이 비싸 조금씩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어란 명인은 김광자 할머니(전남 영암)다. 김할머니는 봄철 산란하러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온 가숭어 암컷을 생포해 알을 채취해 사용한다. 영산강 하류의 몽탄 주변에서 잡히는 것은 다른 지방산보다 그 맛이 독특한데 단맛이 곁들여진 감칠맛이 있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숭어와 숭어알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됐다. 영암어란은 소금과 간장으로 염장한다. 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60~80년 된 조선간장과 5년 동안 간수를 뺀 소금을 섞어 염수를 만든다. 여기에 숭어알을 24시간쯤 담가 간이 속까지 배도록 뒀다가 납작한 판에 건져놓는다. 오전과 오후에 5번씩, 하루 10번 뒤집어준다. 그늘에서 어란이 70% 정도 말랐을 때 평평한 판으로 눌러 모양을 잡는다. 그렇게 50일을 정성 들여야 비로소 어란이 완성된다. 400~450번 뒤집어줘야 어란 1개가 완성된다. 과거에는 어란에 곰팡이가 피거나 산패(酸敗)할 수 있어 참기름을 많이 발랐지만, 요즘은 냉장·진공기술이 발달해 딱 세 번 발라 완성한다. 영암어란은 소금과 함께 간장으로 간해 깊고 복합적인 맛을 내며 참기름 향이 더해져 더욱 고소하다. 숭어알이 쫀득하면서도 오돌오돌 씹혔다. 어란의 풍미를 가장 즐길 수 있는 두께는 2mm다.

어란 명인인 김광자 할머니는 봄철 산란하러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온 가숭어 암컷에서 알을 채취해 사용한다.

백약에 어울린다 살이 오른 겨울철 숭어는 피로회복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A가 풍부하며, 이는 그대로 몸에 흡수되므로 효율도 좋다고 한다. 껍질에는 비타민 B의 일종으로 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물질인 나이아신이 풍부한데 나이아신이 부족할 경우 소화기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숭어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며, 등 푸른 생선의 특성인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하다. 또 다른 생선에 비해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빈혈 예방에 좋다. 칼슘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도 함유돼 있어 골밀도가 낮은 여성에게 특히 좋다. 선조들은 숭어의 맛과 효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난호어묵지」에서는 숭어의 황금빛 알을 '햇빛에 말리면 그 빛깔이 호박 같고 맛은 진미'라고 평하고 있다.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서는 숭어를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라고 평가했다.

숭어는 비타민 A, B, D가 많을 뿐만 아니라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몸에 좋다.

추자도 숭어 체험장 추자도 숭어체험장은 낚시객 등 국내․외 관광객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독특한 자연환경을 테마로 한 체류형 관광체험 기반시설로 2011년도에 농어촌형 체험휴양마을 사업으로 조성됐다. 2015년 6월 추자 신양항 공사가 완료되면 올레꾼과 관광객 수요 증가로 지역 소득 증대와 수익 창출사업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베르트 작곡 피아노5중주는 숭어가 아닌 '송어' 이 곡의 이름이 '숭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일제 강점기 때 잘못 번역한 것을 지금까지 수십 년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어로 [Die Forelle], 영어로는 [Trout]이며 우리 말로 번역하면 '송어'이다. 반면, 숭어는 영어로 'Mullet'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잘못 표기된 모든 책들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

자연에서 나는 음식 가운데 어란 만큼 강렬한 감칠맛을 내는 것은 없다. 그래서 어란은 얇게 썬 뒤 앞니로 잘게 조금씩 씹어서 맛을 즐겨야 한다. 사진 아래는 추자도 숭어체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