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생물들(15)

가리비는 가리비과에 딸린 바닷조개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껍데기가 부채처럼 생긴 이매패류이며 얕은 바다에 서식하고, 때로는 모래나 자갈 속에서 무더기로 발견된다. 큰 것은 20cm가량이다. 껍데기 한쪽은 판판하고 한쪽은 불룩한데, 겉에 부챗살 모양으로 25~36개의 고랑이 나 있다. 가리비는 껍데기를 급히 여닫으며 물을 내뿜어 그 반동으로 뛰어다닌다. 바다 밑의 모래나 자갈밭에 살고 봄에 알을 낳는다. 커튼으로 외투막 삼아 가리비는 껍데기를 열고 닫는 힘이 아주 세고, 껍데기를 크게 벌리고 먹이를 찾아다니는데, 불가사리 같은 적을 만나면 껍데기를 열고 닫으면서 재빨리 달아난다. 껍데기를 열고 닫으면서 몸에 담아 두었던 물을 뒤로 보내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일직선으로 된 교합선과 경첩을 이루는 곳의 양쪽 측면에 날개 모양으로 돌출된 부위를 제외하고는 2장의 패각이 부채 모양을 하고 있다. 패각의 표면에는 밋밋하거나 곡선 모양, 인편 모양, 혹 모양 등의 방사륵이 나 있다. 패각의 길이는 2~2.5cm이며, 껍데기 색은 붉은색, 자색, 오렌지색, 노란색 등에서 흰색까지 그 색깔이 다양하고 하판은 보통 상판보다 밝은 색이며 패각의 무늬도 더 적다. 패각을 닫는 데 이용하는 1개의 내전근을 가지고 있고 외투막(패각 표면과 접해 있는 부드러운 조직)의 가장자리에는 패각이 열릴 때 그 사이에 커튼처럼 늘어져 있는 짧은 촉수가 나 있다. 촉수는 바닷물 성분의 변화를 감지한다. 외투막의 가장자리에는 눈도 자리잡고 있다.

가리비는 2장의 패각이 부체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편은 약 1억 4,400만 년 전의 가리비 화석이다.

이동할 때는 손뼉을 치면서 가리비과는 조간대로부터 매우 깊은 수심에까지 서식하며 전 세계에 분포한다. 비교적 맑은 물의 모래나 고운 자갈에서 발견되며, 작은 동식물을 먹고 산다. 비섬모(작은 털 모양의 구조)와 점액은 먹이를 모아 입으로 이동시키는 데 이용된다. 가리비의 수영 동작은 특이한데, 손뼉을 치듯이 패각을 서로 마주치는 운동을 통해 물을 제트 엔진처럼 분사하여 앞으로 나갈 추진력을 얻는다. 생식기간에는 난자와 정자가 물속에 방출되어 수정이 일어난다. 수정란은 자유 유영을 하는 유생으로 발생한다. 다음 발생단계에서는 바닥에 정착하기도 하지만 몇몇 종은 기어 다닐 수도 있다. 어떤 가리비류는 족사선(byssal gland)이 생겨 바닥이나 딱딱한 표면에 견고히 부착할 수 있으며, 일생 동안 부착생활을 하는 것도 있고 바닷물을 분사하여 이동하는 생활을 하는 종들도 있다. 가리비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먹이로 한다. 가리비는 껍데기를 크게 벌리고 먹이를 찾는데, 아가미에 먹이가 달라붙으면 조금씩 먹이를 입으로 옮겨서 먹는다.

가리비의 특징은 손뼉을 치듯이 패각을 서로 마주치는 동작을 통해 물을 제트 엔진처럼 분사하여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 바다의 가리비 가리비과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 나는 중요 종류로는 큰가리비, 비단가리비, 국자가리비 등이 있다. 큰가리비는 형태가 원형에 가까운 부채꼴로, 각장 200㎜, 각고 195㎜, 각폭 50㎜의 대형조개이다. 난생형으로서 산란기인 이른봄에 산란한 알은 해수 중에서 수정한 다음, 발생하여 2, 3주일간 부유생활을 하고, 곧 족사(실모양의 부착물)로써 부착생활로 들어간다. 부착생활 기간은 환경에 따라 다르나 약 2개월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밑바닥에서 생활하나 이동이 심하다. 비단가리비는 형태가 부채꼴로, 크기는 각장 75㎜, 각고 85㎜, 각폭 25㎜이다. 난류계종으로서 우리 나라에서는 남해안에 분포한다. 서식장은 조간대의 저조선(썰물 때의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 부근에서부터 수심이 10여m 되는 데까지이고 저질은 암초지대이다. 산란기는 늦은 봄이며, 생활사는 큰가리비와 거의 같다. 국자가리비는 형태가 부채꼴로서 왼쪽 조가비보다는 오른쪽 조가비가 크게 튀어나온 편이다. 크기는 각장 120㎜, 각고 105㎜, 각폭 35㎜이다. 난류계종으로서 우리 나라의 남해안에 분포한다. 서식장은 저질이 사력질인 수심 10∼30m 되는 곳이다. 산란기는 늦겨울이며, 생활사나 습성은 큰가리비와 거의 같다.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큰가리비, 비단가리비, 붉은비늘가리비와 국자가리비이다.

다양한 사용처 가리비는 오래전부터 요리 재료로 쓰여 왔다. 대표적인 가리비 음식으로는 인천의 가리비 칼국수, 강경의 가리비 젓갈이 있다. 가리비는 어린이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또한, 껍질을 갈아 석회로 쓰기도 한다. 후폐각근을 패주(貝柱)라고 하며, 맛이 있어 옛날부터 값비싸게 수출되고 있다. 큰가리비의 패주는 고급식품으로 이용되고, 조가비는 참굴의 부착기질로서 이용된다. 원시인들은 가리비를 먹기도 하고 패각을 생활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중세 유럽인들은 펙텐 야코바이우스와 같은 가리비의 무늬를 종교적인 상징으로 사용했다(성 야코부스의 휘장). - 편집실(한국섬선교회 ▼)